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당초부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을 국회 등원 문제와 연계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손 대표가 이날 회견을 자청, 이르면 다음 주 초·중반쯤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스스로 ‘거부’ 의사를 밝힌 건 결국 2월 임시국회 등원 문제를 고리로 이번 회동 자체를 정치적으로 이용코자 했던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따른 것이란 게 청와대 측의 대체적인 반응.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의 국회 등원은 정치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당으로써 당연한 책무다”면서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략적 이용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조건 없이 만나 국정전반과 주요현안에 관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간 손 대표 측과 회동 개최를 접촉을 이어온 정진석 정무수석도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이) 손 대표와 회동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면서 “그러나 민주당이 연말 국회의 올해 예산 처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등원 전 청와대 회동 성사란 조건을 걸어 오늘로 이어진 것이다”고 회동 무산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주장했다.
특히 정 수석은 “(손 대표) 스스로 논의의 진전을 스스로 가로막은 게 아니냐”고 따져물으면서 “청와대 회동을 정략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서 이용하려 하면 안 된다. 이번 회동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기보다는 여야가 대화하고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고, 국민에게 선물을 주고자 하는 생각이 강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측은 그간 회동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지난해 예산·법안 강행처리 문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 부분을 사실상 철회했으나, 국회 정상화에 앞서 회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 ‘선(先) 등원, 후(後) 회동’을 주장해온 청와대와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수석은 “대통령이 각 분야 지도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대화하는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 기회가 완전히 봉쇄됐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추후 손 대표 등과의 회동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순수한 만남은 순수하게 해야 한다”고 대통령과의 회동에 다른 조건이 수반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정 수석은 민주당이 이날 2월 임시국회 등원 의사를 공식화한데 대해선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곧 국회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다행리가. (국회가) 현안을 밀도 있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