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소비자원 T-Gate(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월 주요 생필품 80개 품목 중 66.3%인 53개의 가격이 전월보다 인상됐으며, 24개(30.0%)는 내리고, 2개(2.5%)는 변동이 없었다.
전월 대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시리얼(12.1%)이었으며, 설탕(11.8%), 고무장갑(9.0%), 일반면도날(8.4%), 새우깡(8.3%), 두부(8.0%), 세탁세제(7.8%), 마요네즈(6.3%), 분유·커피(5.4%)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식용유(-3.7%)와 녹차류(-2.7%), 어묵(-2.3%)은 지난 1월에 전월보다 가격이 내렸다.
80개 생필품 품목에 속하는 241개 상품의 평균 단위가격을 비교했을 경우 지난 1월에 설탕 '정백당 1㎏(대한제당)'의 100g 가격이 전월 대비 25.2% 올라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예상밖 금리 동결날 미시대책 총동원
물가를 잡는 데 가장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거시수단(금리인상)을 배제한 채 미시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이례적으로 각 부처 차관들이 참석한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정유가·통신요금 등 서민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에 대한 구조조정 부진을 질타했다. 관련 부처간에 속도를 더 내달라는 주문을 이어갈 때에는 단호함이 엿보였다.
임 차관은 "단기적 대책과 구조적·장기적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착실히 추진한다면 1·4분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나, 2분기부터 물가불안 요인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대로 이미 물가안정 바운더리를 이탈했고, 같은 달 생산자 물가지수는 6.2%로 2008년 11월 7.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전이돼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를 4% 이내로 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버거운 상황이다.
◆통신료·석유값 불신 여전…전·월세 대책 실효성 의문
정부는 물가불안의 핵이 국제 곡물수급 이상기조와 구제역 파동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분기 할당관세 품목 수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임종룡 차관은 "현재 75개 품목에 적용 중인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적극 발굴하라"며 우선 유제품과 돼지고기 삼겹살 쿼터 증량을 즉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올해 할당관세 적용 품목 수는 지난해 말 대비 8개 늘어 75개다.
서민층 소비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월세 등 부동산 다음으로 높은 통신요금과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결정구조가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관련업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구조개선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임 차관은 "이동전화통화료에 대한 소비자물가 비중(3.4%)은 전세(6.6%)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신요금TF'에서 실질적인 가격 인하 유도방안을 마련할 것을 거듭 주문했다.
지식경제부 중심의 '석유가격 TF'에 대해서도 "가격결정구조 합리성 등에 대한 검토를 2월 중 마무리하고 3월 말까지는 경쟁 촉진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도권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전·월세시장 안정책이 나오긴 했지만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는 벅찬 모습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지방 미분양주택 양도세·취득세 감면 연장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