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A씨와 B씨는 결혼식을 하고 1년 이상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다 파국에 이르렀기 때문에 결혼 의사가 없었다는 점 등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예물과 예단은 상대방이나 그 부모에게 귀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단비나 예물은 결혼이 성립되지 않으면 돌려주기로 조건을 붙인 증여와 같다"며 "수령자 측에서 애초에 성실하게 결혼 생활을 할 뜻이 없고 그 때문에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이 상당기간 지속하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신혼여행비는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됐기 때문에 반환을 청구할 수 없지만 가재도구 등은 결혼 생활에 쓸 목적으로 샀더라도 여전히 구입한 자의 소유인만큼 세탁기와 냉장고, 침대 등을 A씨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부부 관계가 파국에 이른 데는 B씨의 잘못이 크다고 보고 그가 A씨에게 위자료 1천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했다.
두 사람은 2007년 10월 결혼식을 올린 뒤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1년 이상 동거하다 불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으며 결혼 과정에서 쓴 경비와 예물ㆍ예단비 등을 놓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맞소송을 냈다.
법원 관계자는 "결혼생활 유지 기간은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을 때 예단비 등을 돌려줘야 하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동거 기간이 1년을 넘어 사실혼 관계가 성립됐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혼인신고까지 했지만 결혼 5개월 만에 파경에 이른 부부의 재판에서 `결혼이 단기간에 파탄 난 경우도 혼인이 성립하지 않은 때와 마찬가지'라며 예단비 8억원을 부인 측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