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점유율 7% 수입차에 국산차가 긴장하는 이유

2011-02-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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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9만대 판매. 내수점유율 6.9%.’ 지난해 수입자동차 20여 업체들의 실적이다. 150만 내수 시장에 영향을 주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차들이 그토록 긴장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최근 상승세는 괄목할 만 하다. 2003년 1만9000여 대에 불과했던 수입차 연 판매량이 1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는 최소 10만대, 많게는 13만대까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유율로 보면 약 8.7%다. 지난해 1만5000대를 넘긴 벤츠나 BMW의 경우 올해나 내년께 2만대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래봤자 10% 이내다. 이 정도로 현대·기아차가 GM대우나 르노삼성, 쌍용차를 놔두고 수입차를 ‘위험대상’으로 지목할 리 없다. 국산차들이 긴장하는 진짜 이유는 이 변화가 내수 시장 전체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은 최근 수년 동안 지속된 ‘엔고’에도 국산차와의 가격차를 몇백만원 단위로 낮췄다. 소비자들도 수입차를 사는데 거부감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지금 추세로 수입차들이 양적으로 성장하면 수년 내 국산차와 완전히 동일 선상에 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입차의 점유율은 10%는 물론, 과반까지 갈 수도 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국산차의 비중이 90% 이상 압도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 독일, 일본, 프랑스을 제외하면 자동차의 왕국 ‘미국’조차 일본과 한국 등에 밀려 자국 브랜드는 50% 이하로 밀려났다. 2000년대 이후 현대·기아차가 과점하고 있는 국내 시장은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수익성 있는 공장이 최소 연산 15만대 단위란 걸 감안하면 연 150만대 시장을 위해 공장을 지을 회사는 없다. 하지만 바로 옆에 기술을 가진 일본이 있고, ‘세계의 공장’ 중국이 있다.

현재 자동차 기자들은 대부분 국내 완성차 5사와 수입차 브랜드를 분류해 기사를 쓴다. BMW의 지난해 내수점유율이 1.1%라고는 쓰지 않는다. 수입차 점유율 6.9%를 언급할 뿐이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브랜드별로 ‘톱5’을 꼽아야 할 수도 있다. 국내 산업계에는 손실일 수 있지만 자동차 선택권을 생각하면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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