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제주에서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이 처음으로 실시됐다. 대상은 도내 모든 우제류 가축 50만400마리다.
제주는 정부에서도 예방백신 접종을 말렸을 정도로 ‘청정지역’이란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번지는 구제역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든 셈이다.
‘구제역 청정지역’을 포기하는 대가도 만만치 않다.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구제역이 끝난 후 1년간 축산물 해외수출이 금지된다.
이상한파는 가축에게 먹일 물까지 구하기 힘들게 된 상황으로 번졌다.
제주도는 지난 달 30일 어승생 수원지가 얼어붙어 설 연휴가 지나면 제한급수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가축사육장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어승생 수원지에서 물을 공급받는 축산농장은 한육우 사육농가 19개소 6183두, 젖소사육농가 5개소 1235두, 돼지 사육농가 68개소 13만8817두, 말 사육농가 12개소 794두로 모두 104농가에 14만7000여두에 달한다.
한우는 60리터, 젖소 140리터, 말 37리터, 돼지 5리터에 달하는 물을 매일 마셔야 되는데 마실 물조차 부족하게 된 셈이다.
급기야 가축에게 먹일 물을 차량으로 공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도는 가축 급수용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자원본부 비상급수 차량 2대를 동원하는 비상대책도 세워둔 상태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가족들과의 만남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혹시라도 구제역 유입 매개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근민 제주지사도 구제역 유입 예방을 위해 “설 연휴 귀향객들이 축산 농가방문을 자제해 달라”며 “축산농가도 한 발짝도 농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제주에 구제역이 유입되면 1년간 축산물 매출감소와 관광침체 등으로 인해 지역경제 피해 규모는 3429억원에서 1조1842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