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들, 실업·빈곤 문제에 눈돌려야”

2011-01-3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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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지난달 26~30일 스위스 산간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제 41회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중 실로 오랜만에 빈곤과 실업이라는 지구촌 공통의 과제를 놓고 회의 참석 지도자들이 목청을 돋우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들 지도자가 “돈 잘 버는 다국적 기업들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해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기업 측을 공격하고 나선 점이다.

세계 중도좌파 정당들의 모임인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의장인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사진)는 세계적 위기로 인해 선진국들에서 노동기준 및 사회적 보호와 관련해 ‘지속 불가능한’ 바닥으로의 경주가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나는 정치적으로 우리가 전환점에 처해 있다고 믿는다”면서 “지금 유럽에는 민족주의, 인종주의, 반(反)무슬림주의, 반(反)유대주의, 온갖 종류의 근본주의가 더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다음 그는 “우리는 다른 모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거대 광고회사 푸블리시스의 회장 모리스 레비는 “사람들은 CEO들, 은행가들, 기업들에 거대한 의심을 보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이들 대기업은 엄청나게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 한다”면서 “우리는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다보스 회의에서는 급속히 성장 중인 신흥국들과 경기침체 속에 실업 악화를 겪고 있는 선진국들 간의 갈수록 커가는 격차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대기업 총수들은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국들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이들 나라에 노력을 집중한다면 유럽이나 일본에서의 매출 정체나 감소를 벌충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일종의 낙관을 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선진국에서 잃은 시장을 개도국에서 되찾을 뿐만 아니라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도국들의 경기 활황에 기대어 추가 수익까지 기대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대기업들을 이런 욕심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소득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성장에 필수적이며, 기업들은 이 과제를 21세기 기업 활동의 핵심부문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유럽국들이 신속하게 경제성장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이들 나라의 예산삭감에 대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루비니 교수는 “사람들은 기꺼이 긴축하고 희생하고 개혁하려 한다”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터널 끝에 불빛이 보이는 한도 내에서 그렇다”고 말했다.

튀니지, 이집트의 소요사태가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가 된 가운데, 튀니스 소재 아프리카개발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음툴리 은쿠베는 성장의 과실이 더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한 소요가 있으리라고 예견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견조(堅調)한 성장을 달성하는 것과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라고 말했다.

독일 거대 산매업체 메트로의 CEO인 에카르트 코르데스는 엄청난 규모의 유럽 청년실업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청년들의 교육수준을 높이여 그들에게 고숙련 일자리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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