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한 남자가 소요 사태를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출처 NYT) |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두려움’은 국민들을 수시로 억제하게 만드는 독재자의 전통적인 무기였다. 그러나 30년간 독재를 이어온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차단을 선언하며 전 세계에 그의 약점을 드러내보이는 실수를 범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부터 이집트의 ‘코샤리 혁명’까지 SNS가 민주화를 앞당기는 촉매재 작용을 하고 있다. SNS를 타고 들불처럼 번진 이들 시위의 공통점은 SNS에 쉽게 접근하는 젊은 중산층 기반의 일반 대중시민이었다는 점이다.
튀니지 시위에 추동력을 얻은 이집트 시위도 한층 격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더불어 대표적인 중동의 친미 국가인 이집트가 이번 시위로 무너질 경우 독재가 만연했던 아랍 국가들이 차례로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멘도 최근 32년째 독재를 유지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에서도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는 각국의 활동가들은 SNS를 통해 사진과 소식을 퍼나르며 더 많은 온라인 이용자들을 시위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 이처럼 SNS는 세력을 결집할 뿐만 아니라 검거를 피하는 요령 등도 확산시키고 있다.
한편 가공할만한 위력에도 불구하고 ‘동전의 양면’과 같은 SNS의 문제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혁명에 실패했을 경우 도리어 ‘온라인 발자국’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단 점이다.
이같은 예로 지난 18개월 전 이란의 ‘녹색 혁명’를 꼽을 수 있다. 부정선거 의혹으로 촉발된 시위는 당시 네다 솔탄이라는 여대생의 죽음으로 더욱 크게 번졌으나 시위가 가라앉고 나자 수천명의 반정부 지도자들과 시위자들은 온라인 자취를 밟아온 경찰조직에 봉쇄돼버렸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파라즈 사네이는 “이란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행동가들을 잡는 것에 더 능숙해졌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 등 SNS 사이트가 비밀경찰 조직에 쉽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 위험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정치적 관점, 직업, 개인적인 취미나 가족이나 친구까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길거리 검문이나 전화 도청 보다 더 쉽게 인물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한 PC방에서 검거된 후 미국으로 망명한 아헤드 알-힌디 행동가는 “이제 페이스북은 시리아에서 정부의 대형 데이터베이스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직접 만나서는 지속되기 어려운 가상의 조직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해를 끼치기 보다는 더 좋은 방면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용자들 자신이 ‘적과 동료’ 중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알아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네셔널의 위드니 브라운도 “SNS가 인권을 촉진하기도 하고, 도리어 억누르기도 할 수 있다”며 양면성에 대해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