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의 바다를 여럿으로 나눠 대서양함대에서 2~7함대에 이르는 일곱 개 함대로 하여금 지키게 하고 있다. 이 중 한국 주변 해역을 포함하는 서태평양을 방위하는 함대는 7함대(기항(基港)은 일본 요코스카)다. 지난해 11월 하순 서해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바로 7함대 소속이다.
미국 의회가 위촉한 한 전문가집단은 지난해 7월 하순 미국이 아시아에서 해상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282척인 미 해군 함대를 346척으로 증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해들리와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가 이끄는 이 집단은 미국 의회로부터 “지난 4년에 걸친 미국의 국방정책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성한 평가 보고서에서 해군력 확대를 이 같이 권고하면서 그 이유는 ‘아시아의 새로운 글로벌 세력’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군사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을 간접 지칭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는 △미국인의 생명과 미국 영토를 보호하고 △상업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며 △안정을 유지하고 △역내 미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면 해상 전략에 뿌리를 둔 미국 군대의 탄탄한 구속능력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지난해 11월 1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도․일본․한국․인도네시아 순방을 계기로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위험회피식(式) 내기’라는 칼럼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안보 보좌관들과 함께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도 및 인도네시아와는 암묵적인 동맹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카리아에 따르면, 미국의 이런 군사동맹의 목표는 중국이 아시아, 남중국해, 태평양, 인도양에서 제멋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미국이 중국에 통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아시아와 태평양, 특히 서태평양은 여전히 미국의 보호 아래 있음을 중국에 인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갈수록 영토에 대한 야심을 더 많이 드러내는 중국을 제어하고자 미국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에서 인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과 나토에 이르는 군사․정치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협력관계의 대척점에는 갈수록 근육을 키워 가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미얀마, 스리랑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과 협조해 이들 지역에 중국의 자본과 기술로 거점항구를 건설하는 이른바 ‘진주목걸이’(String of Pearls) 전략을 추진하면서 인도양에서 패권을 노리고 있다. 이에 맞서기라도 하듯 미국은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과 동맹, 군사협력, 기지사용 협정 등을 속속 강화하면서 서태평양에 대한 기득권을 다지려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해 중국이 온전하게 주권을 갖는다고 선언했다. 남중국해는 동아시아에 있어 석유수송 및 무역과 관련해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중국은 이 해역에 대한 주권 선언이 티베트나 대만에 대한 주권선언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핵심이익’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국가이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핵심이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서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기존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이지만 또 동시에 미국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에게 중국의 위협을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도 됐다. 이런 이유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자유통항(通航)이 미국의 핵심이익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를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회합을 갖고 중국의 주장에 맞서 공동전선을 폈다. 이후 미국과 베트남은 합동 군사훈련을 했고 미국 해군함정들은 베트남인들의 환영을 받으며 캄란만에 입항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중국을 포위하는 것과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미국의 잠재적 파트너는 인도양에서 중국과 해군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다. 인도는 중국과 1960년대 초 국경분쟁 끝에 전쟁까지 했을 만큼 중국과의 사이에 역사적인 앙금이 크다. 미국은 인도와의 핵협력협정을 계기로 암묵적인 동맹관계를 맺었다.
미 해군은 미국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평도 포격 사건 후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서해에 진입하는 것을 보고 기겁한 중국은 그 직후 항공모함 타격용 미사일을 공개하는 등 미국의 해군력에 대한 불안을 지나칠 정도로 노출하고 있다. 서해에서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지나 말래카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는 전부 중국 영토와 맞닿은 바다다.
서태평양의 해역 가운데 어디까지를 중국 영해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전략지정학상의 복잡한 문제, 즉 중국과 미국의 ‘핵심이익’이 겹치는 부분을 두 나라가 어떻게 처리해 나가느냐에 따라 서태평양 파고(波高)의 높이가 정해질 것이다.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