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웰카운티아파트 단지 내 상가. 지난 7월 입주했지만 현재 상가 점포의 절반가량이 비어있다. |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극심한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연일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인천 청라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으로 집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9일 오전 11시쯤 찾은 인천 서구 청라지구. 아파트 신축이 한창인 공사 현장과 ‘입주를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는 한산했고 완공된 아파트단지 내 상가는 대부분 비어있었다. 아직 생활·문화·편의시설은 물론 대중교통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서구의 입주물량은 5714가구. 그 중 절반가량이 청라지구에 집중돼 있다. 올해 이 지역 입주예정 물량만도 7000여 가구에 달한다.
오는 2월에는 호반 베르디움(745가구)과 광명 메이루즈(263가구)가, 7월과 10월에는 힐데스하임(1284가구)과 한라비발디(992가구)가 각각 입주을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30평대 전세매물도 남아돌아 다른 지역에 비해 시세가 저렴한 편이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서해그랑블 59.99㎡(전용면적)의 전세가격은 8000만~9500만원 선이다. 오는 2월 입주할 호반베르디움 84.95㎡과 광명메이루즈 82.38㎡도 현재 1억~1억2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인근 청라114공인 관계자는 “청라는 아직 신도시라 좀 휑하긴 해도 좋은 집을 싸게 구할 수 있다”며 “인천 구도심의 경우 요즘 30평대 전세가 1억5000만~1억6000만원 정도 하지만, 여기서는 새 집이 1억~1억5000만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올해 입주물량이 2배가량 많은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입주한 송도 풍림아이원 84.71㎡의 전세가는 1억5000만원~1억8000만원 선으로 지난해 11월에 비해 2000만~3000만원 정도 내렸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 역시 역전세난을 빚고 있다. 지난해 입주물량만 7033가구인 데다 분양가 대비 융자비율이 높아 임차인들이 전세로 들어가길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식사지구 내 벽산블루밍공인 관계자는 “빈 집도 있고 전세물건은 많은데 임차인의 구미에 맞는 안전한 매물이 없어 거래는 많지 않다”며 “주택담보 대출이 분양가의 60%에 달해 세입자들이 들어가길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이나 김포신도시·식사지구 등은 초기 입주물량이 몰려 가격이 저렴한 전세물건이 많다"면서 "하지만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요자들의 선호지역과 거리가 멀고, 새로 개발된 도시다보니 인프라가 부족해 세입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