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지난 2009~2010년 2년 간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 정부 및 기업에 최소 1100억 달러(한화 약 123조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세계은행이 지난 2008년 중반부터 2010년 중반까지 개도국에 빌려 준 1003억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FT는 중국의 개도국 대출증가는 개도국 경제를 키워 구미 선진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추려는 속셈인 동시에 이를 통해 중국 주도의 세계 질서 재편을 꾀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중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앞세워 각국에 자금 지원의 러브콜을 보내왔다. 특히 재정 곤란을 겪고 있는 에너지 생산국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자국 에너지 기업의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일종의 ‘자원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 국가에 대규모 차관을 약속하고 석유를 공급받기로 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가나에는 대규모 인프라 설비를, 아르헨티나에는 철로 건설을 대가로 거액의 차관을 제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핵심 거래일수록 중국 국가개발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은 세계은행보다 훨씬 유리한 대출 조건을 내걸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명성 조항도 까다롭지 않아 많은 개도국이 중국으로 부터의 차관을 선호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대출 경쟁이 심화될 것을 우려, 줄곧 중국 정부와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세계은행 측은 대출거래 방면에서 중국과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중국과 “중요하고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an important and growing partnership)”을 맺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