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손학규 민주당 대표 라디오 연설문

2011-01-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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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차현정 기자)“한 손에는 정의, 또 한 손에는 복지를 들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엄동설한이라는 말 그대로 정말 춥습니다.

 한 때 ‘부자되세요’하는 광고 카피 한 마디가 우리 사회에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잔뜩 움츠려 들었던 우리 서민의 꿈을 잘 대변해 그토록 인기를 끌었던 것 같습니다. 불현듯 만일 요즘 누군가에게 ‘부자되세요’라고 말하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 왠지 놀리는 느낌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차라리 ‘살아 남으세요’, 아니면 ‘잘 버티세요’라는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 인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공할 기회도, 부자가 될 기회도 말라간다는 얘기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연초에 연두기자 회견을 통해 지금 우리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외견 상 화려한 각종경제지표와 달리 국민의 삶을 보여주는 민생지표는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중산층이 줄고 빈곤층이 늡니다. 또 부자와 서민, 강남과 강북, 도시와 농촌 간 빈부격차는 커져만 갑니다. 부모의 부와 학력이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주부 한 분이 저에게 ‘우리 사회에서 안 썩은 사람 있나요? 이걸 누가 고칠 수 있겠어요? 하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썩은 사회라면, 반칙을 하고 특권층에 빌붙지 않고서는 성공을 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아무리 외형적으로 경제가 커지고 잘 되는 것 같아도 보통 사람들은 행복해 질 수가 없습니다. 저는 병들어가는 우리 사회를 바로 지금부터 당장 바꾸려 노력하지 않으면 큰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입니다. 이제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우리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방법일 것입니다. 저는 오직 두 가지만이 서민이 행복한 나라, 중산층이 신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정의‘와 ’복지‘입니다.
 
 정의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정의는 바로 일한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노력한 만큼 성공해야 합니다. 아니, 그 이전에 일할 기회, 노력할 기회 자체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차이 때문에 전혀 다른 임금을 받습니다. 대기업은 잘 되는데 오히려 근로자의 봉급은 줄어들고 일자리는 찾기가 힘듭니다.

 실제 우리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빠르게 하락해서, 2008년과 2009년에는 실질 임금이 늘어난 게 아니라 오히려 줄었습니다. 한 집 걸러 한 집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가진 나라, 청년들이 취업할 수가 없어 학교 졸업을 마냥 미루는 나라, 다시 말해 성공할 기회가 평등하지 않은 불평등 사회는 결코 정의로운 나라가 될 수 없고, 국민도 행복해 질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아직도 97년 외환위기 때 우리 국민들이 금붙이를 모아 나라를 살리려 줄을 섰던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바로 그 돈으로, 국민의 혈세로 방만한 경영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살렸던 것입니다. 국민이 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살리고 나라를 살렸습니다. 그런데 국민은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습니까? 기업을 살리려고 정리해고 당했습니다. 퇴직 후 가게를 차리면 대기업의 할인매장이 골목 안에까지 파고들어 이마저도 문을 닫게 됩니다. 회사경영에 노조가 방해가 된다면서 끊임없이 정규직을 줄여나가, 이제 젊은 사람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나라경제를 살리라고 정부로부터 온갖 특혜와 지원을 받고 성장한 기업이 이제는 해외로 나가겠답니다. 대신 경영에 실패해서 회사가 망하면 기업은 정부에 쫓아가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되는 공적자금을 달라고 합니다. 또,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법을 피해나가 탈세를 하고, 혹여 법의 처벌을 받으면 이내 사면을 받습니다.
 
 더욱 암울한 것은 이렇게 만든 부와 사회적 지위는 교육을 통해, 차별과 특권을 통해 대물림 한다는 것입니다. 돈 있고 빽 있는 집 자제는 유학가고 군대 안가서 처음부터 신분 자체가 틀려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회의 평등, 출발선의 평등부터 무너진 사회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 사회를 고치는 것이 바로 정의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사회가 빈부격차가 만들어지도록 한 정의 없는 사회, 불평등 경제와 더불어 우리는 이제 복지국가로의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복지비용을 우려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복지사회는 부담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복지국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장애가 많더라도 그 방향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뜻이 있으면 길은 있습니다.
 
 마치 꿈만 같았던 복지사회, 복지국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어떤 국민입니까? 마치 60년대 70년대 경제성장을 이룩했듯이, 이제 복지국가도 만들 수 있습니다.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만들어서라도 이제 중장기적으로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불안해서 못사는 사회, 일해도 가난한 나라를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습니다.
 
 ’정의‘도 ’복지‘도 없이 보통사람이 행복한 사회는 불가능합니다. 부자와 특권층에게 정의와 복지가 필요할까요? 정의는 특권층에게 거추장스러운 족쇄일 따름입니다. 또 복지는 자신들의 것을 나눠줘야 하는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정의야말로 반칙과 특권을 타파하는 서민의 칼입니다. 그리고 복지는 불안과 불행에서 서민을 지키는 방패입니다.

 저희 민주당, 저 손학규는 강자만이 성공하는, 부자만이 기회를 얻는 낡은 나라를 버리고, 함께 잘 사는 나라, 서민과 중산층이 행복한 나라, 보통사람들도 성공하는 나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한 손에는 정의, 또 한 손에는 복지를 들고 새로운 나라를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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