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관계자는 16일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지난해 가을 많이 뛰었던 채솟값도 전월 대비 하락폭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파, 폭설, 구제역 등 물가관리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당초 예상했던 전망치보다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3.7%였다. 이는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87 달러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나온 수치다.
그러나 최근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이미 90 달러를 훌쩍 웃돌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거래되는 몇몇 유종은 100 달러를 넘었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원유, 금속광물,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물가상승률은 1.35%포인트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뛰는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꾸준히 누적된 수요압력과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1분기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농산물과 석유를 제외해 수요압력을 짐작해볼 수 있는 근원물가는 지난해 12월 11개월 만에 2%대로 높아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4.5% 올라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1분기에 4%대 물가상승률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 2008년 4분기의 4.5%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로 기록된다. 이는 한은이 목표로 정한 물가안정 범위(3.0±1.0%)를 벗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