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내에서도 2010년 6월 삼성전자가 1400억을 투자해 정밀 금형개발센터를 세운 것을 비롯, LG전자에서도 경기도 평택에 1000억원을 투자해 올해 초 금형기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금형이란 플라스틱이나 철 같은 소재를 녹이거나 가공해서 형상을 만들어내는 틀을 일컫는 것으로 대표적인 뿌리산업 중 하나다.
국내 핸드폰 시장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금형센터를 비슷한 시기에 투자, 설립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외국기업과 스마트폰 경쟁에서 격차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가 첨단 정보 기술이나 통신기술이 아닌, 금형기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4년까지 뿌리산업과 IT융합관련 기술에 대해서 19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보조정책도 늘어나고 있다.
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용접 등과 같은 주력 제조산업, 나아가 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초 공정산업으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되어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말한다.
이는 곧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 없이는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같은 주요산업들의 발전 또한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6대 뿌리산업(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의 관련 산업 비중을 살펴보면 자동차 25%, 전자전기 29%, 조선산업 기계 24%에 이른다.
이렇듯 산업기술이 발전되고 빠른 기술 확산에도 불구하고 노하우(know-how)와 암묵지(Tacit Knowledge)로 체화돼 존재하는 공정기술 특성상 뿌리산업은 단기간 내 기술 습득이 곤란해 개도국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선진국의 마지막 기술 프리미엄 영역이다.
이처럼 뿌리산업은 단순 기능취급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로의 전환되는 기술로 봐야 한다.
현재 국내 뿌리산업은 올바른 인식의 부재, 납품위주의 2~4차 협력업체인 대기업 종속형의 구조 등으로 기능직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연구 및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지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 여건도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더럽고 힘들고 위험하다'는 의미의 3D 산업, 단순기능노동직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특성화고의 졸업생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도 29만여 명에서 2009년 15만여 명으로 52%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젊은 인재 투입이 어려워 전체 종사자 33만여 명의 53% 정도가 40대 이상 종사자다.
외국인 노동자도 전체의 39%에 달해 기술과 노하우의 해외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또 납품 위주의 산업이다 보니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많지 않아 해외 경쟁력은 주요국들에 비해 열위에 있다.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적인 경쟁력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에서의 뿌리산업의 방향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제조대국 일본에서는 2005년에 '모노쯔쿠리(ものづくり)국가비전 전략'을 수립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명성 회복과 경제 부흥을 도모를 꾀했다.
2006년에는 '모노쯔쿠리 고도화법'을 제정해 제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뿌리산업에 대한 고부가가치 창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실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2010년 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내에 뿌리산업추진단을 신설, 관련 제도와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적 뒷받침에 힘쓰고 있다.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및 계획은 크게 네가지 핵심전략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기존 뿌리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뿌리산업 집적지를 고도화시키고 특화단지 조성을 통해 뿌리산업 업종 내에 협업을 활성화 하여 시너지효과를 창출,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협동화 실천 계획'을 수립, 사업자금의 융자한도 확대와 상환기간 연장을 검토 하고 노후시설의 리모델링과 업종 조합의 프로젝트 참여를 허용해 협동화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여 추진하고자 한다.
또 세계적 추세에 맞는 친환경 아파트형 공장 설립을 통해 고도의 폐수처리가 필수적인 업종에 대해서는 소음, 진동, 악취를 줄인 최신설계 및 공동폐수처리시설 설치를 통한 친환경 설비를 구축한다. 부산의 청정도금센터 외에 안산 시화공단, 인천 남동공단 등에 두 개를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시범사업으로 전북 김제에 위치한 12만평 규모의 지평선 산업단지 내에 주조등 뿌리기술의 녹색제조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를 조성해 입주 기업의 제조공정과 분석, 진단을 통한 IT융합, 기술 이전, 제조공정 혁신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와 환경문제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IT기술을 활용해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제조현장의 IT기술 융합을 지원하는 'IT 융합 지원단'을 운영, 각 기업에 선진적인 생산기술 과 IT융합공정을 보급 및 지원 할 계획이다.
두번째로 젊고 유능한 인력 공급을 확대하고 종사자에 대한 획기적 처우 개선을 통한 자긍심을 고취시켜 인력 공급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기능인력 양성을 강화해 현재 600여명 규모인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재학생을 오는 2012년까지 100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지역별 특화 전문계 고등학교와 중소 뿌리기업의 취업협약을 추진한다.
또한 전문 아카데미 운영으로 업종별 전문 과정을 확대 추진하고 기능인력 유입을 위한 제도를 개선한다.
아울러 단지 새터민의 뿌리기업 취업을 위해 체계적 직업훈련과 취업지원을 실시한다.
뿌리산업 분야의 명장(名匠)을 발굴해 예우 수준을 제고하고 뿌리산업 명장에 대한 정부 포상 수여 또한 추진 중이다.
후생복지를 위해서 뿌리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주택 우선공급 확대, 뿌리시설 밀집지역 내에 복지시설을 지원하며 이미지 개선을 위한 '뿌리산업 진흥 EXPO'를 개최해 3D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선진기술 교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세번째로 뿌리기업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출이나 지원시 우대하여 지원, 공급하고 보증한도 확대, 보증료 감면, 심사절차 간소화 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대기업 간의 직접적 거래관계에 있는 1~2차 기업에 대한 보증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뿌리산업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정책의 추진력을 확보하고 뿌리기업을 선정, 중점 육성토록 지원할 방침이다.
네번째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뿌리기업에 대한 지원 기능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현장이나 아카데미를 통한 기술이전, 교육기능 강화, 연구인력 지원을 통해 핵심 기술과 인재양성에 대한 지원을 확장한다.
마이스터고 및 특화 전문계 고등학교와 연계해 학교와 연구소 공동 지도 교수제, 직업훈련 프로그램 지원 등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뿌리산업에 대한 R&D 참여율은 뿌리기업 총 1만여개사 중 약 30% 정도 수준으로 투자액으로는 실질 선진국에 비해 미국의 10%, 일본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측면에서 1인당 생산량이나 고정밀 부품생산 능력도 많이 낙후된 상황이다.
이를 위해 R&D 부문의 인력지원과 중소기업의 주도 기술개발 자생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2010년은 뿌리산업 부흥의 시발점이자 제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수 있는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0여년 전,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업혁명의 성공여부, 나아가 조국근대화를 이룩하느냐 못하느냐는 하는 것은 기능인들의 존재 가치에 달려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래서 그들을 주저함없이 '조국근대화의 기수'라고 추켜세웠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이 자랑하는 공산품, 세계 1등 제품이 쏟아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 사실은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손때 묻은 장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숙련공들은 나이가 들어 손이 떨리고 눈이 잘 보이질 않고 감각이 떨어지고 있다. 또 그들의 대를 이을 중간 세대도 사라져 버렸다.
이제 우리는 과거 선배들이 이룩한 장인기술을 다시 어떻게 이어갈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뿌리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 부서를 지정하고 미래신성장동력의 핵심 산업인 뿌리산업 진흥 전략 수립에 분주해야 한다.
이를 기회로 뿌리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진흥 전략을 통해 기존의 뿌리산업이 가진 3D산업이라는 인식을 신(新) 3D(Digital, Dynamic, Decent)산업으로 이미지 혁신을 꾀해야 한다. 제조업을 선도하는 명품산업으로의 발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