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국제 원유 및 원자재 가격 급상승, 어음결제에 따른 피해 등 더 시급한 현안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휴대폰케이스 제조 납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1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는데 납품 단가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솔직히 동반성장지수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납품단가 조정에 대한 희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름만 ‘동반성장’이 아니었을뿐 예전부터 정부가 이러한 노력은 계속해왔지만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며 “무엇보다 기업별로 지수를 발표하고 잘한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돼 있는데, 포커스가 대기업에만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한 납품업체에서 용접일을 하고 있는 김씨도 “업체 대표가 얼마나 직원 임금이나 근무환경을 반영해 대기업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기업이 동반성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하청업체가 대기업의 동반성장 이행도를 평가할 수 있느냐를 놓고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
자동차용 스팟 용접기 설치를 맡고 있는 한 업체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동반성장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납품단가 감액 여부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며 "요즘 원자재값이 많이 올랐는데 이와 관련한 대책이나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포함, 이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은 “아주 민감한 사안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동반성장의 효과가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 하청업체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수 결과가 처음 발표되는 것인만큼 여파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부 분야를 선정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운 문제"라며 중소기업의 업종 특이성을 반영해 업종별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을 준용하는 것과 관련, 단순히 기준을 차용(借用)하는데 그쳐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소기업 300곳 가운데 49.3%가 '예전과 같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고 답한 업체도 8.3%에 달했다.
납품관행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도 42.4%에 그쳤고, 납품거래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 납품단가 미반영(34.6%)’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