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보다 더 비싼 재래시장 물가?

2011-01-1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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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설 물가대책 살펴보니...오히려 상인들만 '한숨'

(아주경제 김선환·이미호 기자) 정부가 설 물가대책을 내놓은 11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는 상인들이 명절을 앞두고 물건을 들여놓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10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상인 김씨는 "원래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조금 오르긴 하지만 이번에는 오징어 등 생선류가 매우 비싸다"며 "날씨도 너무 추워서 손님들이 
가깝고 따뜻한 대형마트에 가지 재래시장에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상품 가격차가 크지 않아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뜸한 상황에서 설 물가를 잡는다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나서며 오히려 재래시장 상인들의 주름살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매년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는 물가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력 잃은 재래시장에 타격 불가피

정부가 설 명절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16개 제수용품 등 설 물가 안정대책을 내놓은 이날 재래시장의 대명사격인 남대문시장과 정부 농축수산물 유통망의 핵심인 농협하나로마트를 현장취재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 이색적인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판매되는 12개 제수용품(무, 배추,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명태, 고등어, 갈치, 오징어)을 조사한 결과 농협하나로마트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판매가격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배추는 1포기에 6000~6500원 정도로 대형마트보다 훨씬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무도 1개에 2500~3000원으로 가격이 매우 높았다.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은 재래시장에서 대형마트보다 조금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국내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100g당 각각 3333원, 833원으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농협하나로마트보다는 재래시장에서 더 싸게 판매되고 있었지만 가격차이는 크지 않았다.

이밖에도 생태 3000원, 고등어 660원, 갈치 5000원, 오징어 2500원으로 생선류는 대형마트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었지만 명절을 앞두고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번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가격 평가가 같은 질의 상품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어서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가격구조가 천차만별인 점은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 품목별로 경쟁력 있는 곳 골라야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제수용품을 고르는 데 가격을 우선시한다면 이번 분석 결과는 정부가 전하는 내용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스스로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하곤 한다. 대책의 핵심은 제수용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해주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날도 설연휴 대책기간(1월 12일~2월 1일) 중에 제수용품을 생산하는 각 협회와 농협의 계약재배 물량을 품목별로 평상시보다 적게는 7%, 많게는 289%까지 대거 풀기로 했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품목별로 무(170t→230t,증가율 35%), 배추(450t→650t, 44%), 마늘(100t→130t, 30%), 사과(250t→500t, 100%), 배(180t→700t, 289%) 등은 정부 비축물량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방출하기로 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쇠고기(505t→1260t, 150%), 돼지고기(2750t→3000t, 9%), 닭고기(860t→924t, 7%) 등 축산물과 달걀(165만개→200만개, 21%) 공급량도 대폭 늘게 된다.

대부분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수산물도 명태(550t→1169t, 113%), 고등어(280t→588t, 110%), 갈치(200t→416t, 108%)와 조기(220t→544t, 147%), 오징어(330t→688t, 8%) 등도 할당관세율 변경을 통해 긴급수입한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평시 대비 1.7배 확대 공급되는 이들 16개 성수품은 설맞이 직거래장터나 전국 2502곳의 특판행사장을 통해 시중가격보다 10~30%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 진정으로 소비자들을 혼란케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농축산물공판장 등에서의 유통구조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대책 "글쎄…"

이마트·홈플러스 등 이른바 민간 대형마트는 편의시설을 갖춰 가격이 다소 높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지만 가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재래시장에도 정부가 합당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대문시장의 또 다른 상인은 "손님이 없어 수입이 너무 줄었다"며 "정부가 공공요금을 동결한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재래시장보다는 조금 상황이 나은 정부 농산물 핵심유통망을 찾은 고객들의 불만에 찬 소리도 있다.

"갈치가 9900원이라고? 갈치가 아니라 금(金)치네." 11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을 찾은 한 40대 중반의 남성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양재동에 산다는 이 남자는 현장에 있던 기자가 명함을 내밀자 멋쩍은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남자는 설을 앞두고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국산 농산물이 직거래장터 등을 통해 거래돼 소비자들에게 안심 먹거리장터로 소문난 이곳은 하루 10억~11억원(연 1조5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넘나든다는 게 매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래도 마진이 적어 당기순이익은 매년 1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설 성수품 유통이 시작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매장 점원들 사이에서는 본격적으로 바쁜 시간이 도래했다는 것을 눈빛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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