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통제를 통해 물가안정을 꾀함으로써 더 큰 물가인상 요인을 유발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부처 간 월권 논란도 일고 있다.
◆물가vs성장·수출 사이의 딜레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정책과 같은 거시정책 수단을 쓰면 성장과 수출이라는 정부의 또 다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5% 내외의 경제 성장률 달성, 3% 수준의 소비자 물가 억제를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우선 성장이 타격을 받는다.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축소시키면 원화 가치의 상승→환율 하락→수출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심화되고 있는 물가불안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대로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고성장과 수출증대, 물가안정을 모두 이루려는 정책목표를 수정하지 않는 한 금리를 통해 물가안정을 이루기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나 한국은행은 금리와 같은 거시정책 수단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에 소극적이고 미시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부처 간 월권 논란
이렇게 거시정책 수단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물가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의 강화이다.
오는 13일 정부가 발표할 물가대책의 주요 내용은 △지방·중앙 공공요금 인상 최대 억제 △대학 등록금 인상 억제 △물가불안 품목의 담합 감시 강화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직접적인 물가 통제가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부처 간 월권 논란까지 일으키는 등 정부정책의 신뢰까지 떨어뜨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인사·조직 쇄신을 단행해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T/F(이하 T/F)‘를 공정위 내에 설치했다.
T/F가 할일 중 '실정법에 위반되지는 않더라도 가격거품 현상과 원인 등을 분석하고 사회적 공론화’나 '가격상승을 초래하는 유통체계의 구조적 문제 문석·개선'은 공정위보다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가 해야 할 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인사·조직 쇄신을 발표할 때 타부처와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물가안정을 위해선 금리정책·환율정책 등의 일반적 거시정책 수단을 기본으로 하되, 선별적 미시정책 수단으로 보완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는 5% 성장을 위해 금리·환율 정책은 묶어놓은 상태에서 공정위를 동원해 직접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기조는 단기적으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인플레 압력을 잠복시켜 나중에 더 큰 가격상승으로 폭발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