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상인 이 친구는 180㎡나 되는 제법 큰 아파트에 사는데 거실과 방마다 요란하게 베이징의 도시발전 계획지도를 붙여놓은 게 인상적이다.
“부동산 경기가 상하이 종합주가가 등락하는 것처럼 변화무쌍한 것 같아. ”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 물가 보다는 훨씬 빨리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 원리금 상환능력만 되면 무조건 매입해서 보유하는게 좋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가 관건인데... 글쎄, 금리를 올린다 해도 내년(2010년) 하반기에 가서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거라구. 무엇보다 중국경제는 지금 부동산에 담보 잡혀 있는 형국인데 급락세로 끌어내릴 수는 없지. ”
이 친구는 만날때 마다 “왠만하면 베이징이든 어디든 중국에다 아파트를 한 채 사두라”며 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해댔다. 그 자신은 이미 베이징 요지에만 5채가 넘는 아파트를 보유히고 있다.
월세 받은 돈으로 원리금 상환에 충당해 왔으니 최근 5년간 두세배에 달하는 집값 상승분은 고스란히 그의 투자 수익으로 돌아갔다.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도 크지 않고 아직은 규제가 약해 여유 돈 가진 부자들은 마치 정기 적금을 가입하듯 아파트를 사들였다.
물론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대출 및 각종 매입 규제와 함께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는 자산거품을 우려해 2010 4월과 9월 두차례에 걸쳐 강력한 규제 조치를 내놨다. 또한 부동산 개발상 친구의 예측대로 중국당국은 2010년 하반기인 10월 19일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중앙은행이 과열 예방을 위해 지난 2007년 12월 금리를 인상한 이래 거의 3년만에 취해진 금리 인상조치다.
하지만 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상승폭만 다소 좁혀 졌을 뿐 전혀 후퇴기미가 없다. 물가를 우려해 각종 긴축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 역시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반전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자칫 경착륙하기라도 하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알기로 중국인들은 부동산에 대한 열망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 중 하나다.새학기가 되면 산시(陝西)성 등지에서는 대규모 투자단이 전세기를 타고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로 ‘부동산 쇼핑’ 투어를 떠난다. 유학중인 자녀들의 기숙용 주택으로 매입한 뒤 나중에 되팔아 돈도 벌려는 목적이다.
이들은 마치 호화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고급 주택지역을 돌아다니며 200만~300만위안(6억원)하는 고가의 아파트를 2~3채씩, 많게는 대여섯채씩 사들인다. 외지 부동산 투자단의 이같은 투자 행보가 학기초 마다 반복된다고 해서 이들 투자단들에게 ‘부동산 철새’라는 별명도 붙여졌다.
요즘엔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이들의 발길은 국내 대도시 뿐만 아니라 캐나다 미국 등 외국으로 뻗치고 있다. 호주 역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기 투자 대상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의 한 경제 포탈 뉴스는 얼마전 중국인들이 호주로 몰려가 경쟁적으로 땅과 아파트를 사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주도에 몰려와 땅과 별장을 사는 사람들도 모두 이런 투자자들의 일부인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세력을 말할때 탄광으로 돈을 번 산시성 등지의 부자외에 ‘중국의 유태인’으로 소문난 남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상인들을 빼놓을 수 없다. 아파트와 주식 투자에 있어 중국인들의 강한 특성중 하나는 가격이 오를때 사고, 떨어질때는 결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요즘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돌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이 햇갈리고 전문가의 관측도 믿기 어렵다고요?”
“고민 끊으세요. 매입이건 매각이든 무조건 원저우 상인들의 포지션에 보조를 맞추면 됩니다.”.
장사에 천부적 소질을 지닌 원저우 상인들은 부동산 경기의 방향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경제 연구소들은 ‘원저우 철새’ 의 날개짓과 대오를 연구하는데 큰 관심을 쏟는다. 그들의 자취를 쫓는 것이 바로 돈을 버는 첩경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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