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특히 최근 몇년은 가히 고속철도 혁명의 해였다. 한두해 사이에 고속버스 노선이 생기듯 미처 헤아리기 힘들만큼 빠른 속도로 장단거리 고속 철도가 들어섰다. 2008년 베이징 텐진간, 2009년 우한(武漢)과 광저우(廣州) 간 고속철이 개통돼 ‘중국속도’에 기적을 보탰다.
올해도 지난달 26일에 시속 350킬로미터의 상하이 항저우 고속철이 개통했다. 오는 2013년까지는 상하이 홍콩간에도 초고속철을 건설할 예정이다. 위난(云南)성과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잇는 국제 고속철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넓은 중국 영토가 고속철도를 통해 무한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부럽기가 그지 없었다.
때는 다시 2년여전인 지난 2008년 2월 20일. 열차 침대칸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깨어 나니 휴대폰 액정에 16시라고 표시돼 있었다. 이미 5시간을 달렸으니 열차는 지금쯤 허베이를 관통해 허난(河南)성 어딘가를 지나고 있을 것이었다. 오전 11시에 베이징 서역을 출발한 기차는 드넓은 허난평원에 물들기 시작한 석양 노을을 받으며 정저우(鄭州) 부근 어딘가를 지나고 있었다.
보리밭 평원과 벼 논을 몇시간 달리는 동안 날씨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기차는 출발 10시간째인 저녁 9시 무렵 창장(長江)이 지나는 후베이(湖北)성 우한시를 가로 지르고 있었다. 막 완공된 우한 기차역은 철골구조로 된 거대한 신축 역사로서 멋진 설계에 당당한 풍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몇개월전인 2007년 11월 난창서 오던 길에 보니 한창 지붕 용접중이었는데 벌써 완공돼 정식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가공할 ‘중국 속도’의 현장을 또하나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고속철 발전은 ‘창장(長江)의 기적’과 중국궐기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중국 고도성장의 기초를 닦은 덩샤오핑(鄧小平)은 문화대혁명후 복권되고 나서 제일먼저 철도 공학전문가를 찾아내 철도부터 건설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왠만한 중고등학생들은 손중산 만큼이나 잔텐요우(詹天佑 1861~1919)라는 인물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는 지난 세기 베이징 북쪽 만리장성의 험한 바위산과 협곡을 뚫고 고난도의 철도를 설립한 공학도다. 중국 당국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잔텐요우라는 불세출의 철도 영웅을 주요 과문으로 다루고 있다. 중국이 국가발전에 있어 철도와 공학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깨우쳐 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서방 철도 전문가들 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짱(西藏) 까지도 악조건을 무릎쓰고 고난도 첨단공법을 이용해 2006년 세계 최고 높이의 고원 철도를 건설했다. 영국인 톰 써러우는 1980년대 자신의 저서 중국기행에서 “자연적 악조건 때문에 시짱 라사에는 절대 철로가 놓일 수 없다”고 장담했다. 그는 시짱에 기차가 들어선다는 것은 고유문화와 인문 자연 환경의 파괴를 의미한다며 철도가 들어설수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고 적었다. 이런 시짱에 보란듯이 철도가 놓였고 중국의 괴력앞에 사람들의 예측이라는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여지없이 탄로가 났다.
중국은 이어 베이징 올림픽해인 2008년 베이징 텐진구간에 처음 고속 철도를 선보였고, 1년뒤엔 다시 후베이성 우한과 광둥(廣東) 성 광저우 구간에 평균 시속 340㎞, 최고 시속 390㎞가 넘는 고속철도를 개통시켰다. 중국 고도 성장에서 전해오는 놀랍고 대단하다는 인상은 고속철도의 눈부신 발전으로 옮겨오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고 왠지 알지못할 전율감마져 느껴진다.
chk@ajnews.co.kr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