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에 대해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9일 “단순히 대주주 변경 등으로 저축은행 인수가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며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해결의지가 강한 만큼 업계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덕적해이 유발한다고?”
피인수 저축은행에 관한 오해 중 하나로, 대형 금융지주사의 이미지 편승 효과만을 노린다는 것이 있다. 단순히 대주주 변경을 통해 ‘우리는 XX지주사 계열사입니다’라고 홍보하며 영업하는 행태, 즉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하지만 부실 저축은행이 금융지주사에 편입되더라도, 피인수 저축은행은 자체적으로 수신기반을 늘려야 하는 구조다. 저축은행법상 대주주 등을 통한 신용공여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지주사가 아무리 낮은 조달금리로 돈을 차입하더라도, 저축은행이 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없다. 또한 저축은행법상 지점을 내는 것도 허가제이어서 금융지주사의 계열사라 해도 피인수 저축은행의 지점 확대는 여전히 어렵다.
실제로 금융지주사 중 현재 유일하게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SC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시 예아름저축은행(현재 SC저축은행)은 2008년 인수된 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며 자구책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며 “지주사에 편입됐다고 해 모두 도덕적 해이의 형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간 경쟁 심화되지 않을까
피인수 저축은행은 물론, 기존 중소형 업체 간 경쟁의 과열양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대규모의 자본이 한꺼번에 들어오다보니 일부 저축은행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일단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인수 방침을 반기며,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아무리 금융지주사라도 피인수된 저축은행의 부실을 털고 다지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아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 나머지 저축은행들은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곧 기회일수도 있다는 얘기다.
SC금융지주의 경우, 2008년 SC제일은행이 현재 SC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올해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계획하며, 그 동안 부실 자산 정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를 근거로 피인수 저축은행이 이렇게 바닥을 다지는 2~3년 동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주사로 편입된 은행들과는 소형화 전략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며 “신협, 새마을금고 등의 상호금융사에서 보듯 예대업무만 충실히 수행해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