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다수의 인민들이 고도 성장의 주역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성장의 열매를 고루 나눠갖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상위 20%의 부자가 전체 사회재산의 80%를 소유하는 80대 20의 계층 구조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10%의 소외계층은 전체 사회재산의 1%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중국 정부가 추구하는 허셰(和階 조화)사회가 그만큼 멀다는 얘기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초기 여건이 되는 지역(계층)이 먼저 부자가 되라는 뜻으로 선부론(先富論)을 제기했다. 전국토와 전국민이 한꺼번에 잘 살기는 힘들기때문에 지역및 계층간 불균형을 인정하면서 단계적으로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선부론에 따른 불균형 성장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후진타오 시대에는 함께 부자가 되자는 의미의 공부론(共富論)으로 방향을 틀고 나섰다. javascript:fncSaveInfo()
하지만 이미 자원과 기회를 뺏긴 후발 지역과 가난한 계층이 부자들을 따라잡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벼락 부자가 많이 배출됐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절대 빈곤속에 허덕이는 사람들도 많다. 내륙 산간과 외진 농촌 등지에 빈곤층이 여전히 1억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은 부의 편차가 크고 소외계층 문제가 심각한 나라이다. 도시의 하부 계층인 농민공들은 대부분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농민공이라는 이름의 소외계층은 후커우가 없어 합법적인 도시주민이 되지 못한다.
절대 빈곤층인 이들은 고향의 가족과 떨어져 도시 외곽과 빌딩 지하의 토굴같은 한두평 지하 방에 거주하며 혹독한 노동으로 고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최소한 굶지 않는다는 것, 습습하고 차디찬 바닥일 망정 등을 붙이고 누울 곳이 있다는 것. 이들에게는 이런것 말고 뭔가 특별한 구원이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지에서 후커우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미국에서 영주권없이 불법 체류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 후커우가 없으면 의료, 자녀 교육, 주택 등의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심지어 똑같은 조건으로서 같은 직장에서 산재 사고를 당했을 때 호프만식 사망 보상금 산정에 있어서도 베이징 후커우냐 내륙 지방 예를 들어 산시(陝西)성 후커우냐에 따라 보상금액에 천지 차이가 생긴다.
베이징 후커우를 가진 학생과 헤이룽장(黑龍江)성 후커우를 가진 학생이 베이징대학 입시를 본다고 할때 커트라인에도 크게 차이가 난다. 베이징 소재 대학이 지방 성시의 학생에 대해서는 입학 정원을 일정수로 제한하는 티오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상하이 같은 대도시도 베이징 처럼 같은 방식으로 외부인에 대해 차별을 두고 있다.
도시의 밤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속에는 마치 비수처럼 가슴 시리게 다가 오는 후커우 없는 이들 농민공의 소외와 처절한 삶의 비애가 투영돼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이 비록 마천루 빌딩숲으로 치장을 하고 잔뜩 국제도시의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부의 불균형문제와 계층간의 위화감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그 영화가 얼마나 존손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