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 인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채권단이 앞서 법원 결정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최성준 수석부장판사)는 4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의 채권단(주주협의회)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양해각서(MOU)를 해지한 것을 무효로 하거나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 주식을 매각하는 절차를 금지할 긴급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의 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자금 소명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 앞서 맺은 양해각서(MOU) 파기 및 주식거래 금지 등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현대그룹은 이에 지난해 12월 10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린 바 있다.
채권단이 이미 현대그룹과의 거래를 중단키로 의결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대 결과가 나왔을 경우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실사 과정을 거친 후 다시 거래를 종료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매각 장기화가 우려 됐었다.
하지만 이번에 법원이 채권단의 결정에 대한 절차상 하자가 없음을 재확인함에 따라 채권단과 현대차그룹의 협상에 걸림돌이 사라졌다. 채권단은 앞으로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재개, 이르면 내달 초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이날 현대그룹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자“앞으로 현대건설 주주들과 협의해 매각의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조만간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환영한다. 법과 입찰 규정에 따른 당연한 결론으로 현대건설과 국가경제를 고려한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을 통해 채권단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된 만큼 현대차 컨소시엄은 채권단과 후속절차를 진행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현대건설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는 할 수 없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의지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소송 등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본안 소송으로 들어갈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 진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최종 인수 완료까지는 많은 난관이 놓여 있으나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면 현대건설은 반드시 우리 품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번 가처분 결정을 계기로 더 이상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소모적인 분쟁이 계속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법정 다툼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다.
한편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본안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매각 절차를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현대차그룹에 현대건설을 매각하려는 방향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채권단이 헌법에 보장된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까지 법원이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