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지난 3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노철래 희망연대 원내대표를 잇달아 예방했다. 안 대표는 먼저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새해엔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노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합당을) 빨리 하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여권 내 일각에선 ‘개헌’과 ‘합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범보수 진영을 하나로 묶는 정치적 재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일 안 대표의 이 같은 시도가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는다면 온갖 설화로 실추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개헌의 경우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무성 원내대표 등은 안 대표와 마찬가지로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내 친박(친 박근혜) 측에서도 “개헌논의는 이미 물 건너갔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이 개헌에 대해 통일된 안도 만들지 못하면서 모든 실정(失政)을 개헌으로 덮으려는 정략적 태도를 갖는 건 또 한 번 야당을 흔들기 위한 것이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친박 측에선 최근 차기 대선을 향한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가 본격화하자 친이(친 이명박) 주류 측에서 ‘판을 흔들기 위해’ 개헌론을 흘리는 게 아니냐는 위구심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신년교례회 참석 등을 위해 이틀째 대구에 머물고 있는 박 전 대표도 개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기존에 내가 얘기해던 것을 죽 보면 (안다). 이전부터 다 얘기했다”고만 답했다.
측근 의원 역시 “박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고, 야당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헌이 공론화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13억원의 증여세 납부 문제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진 희망연대와의 합당 문제 역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희망연대 노 원내대표는 앞서 인터뷰를 통해 “(작년) 6·2지방선거 때처럼 올 4월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합당 얘기가 다시 나올 수 있지만 (우리가) 두 번 속을 순 없다”며 “4월까지 합당이 안 되면 재·보선에 후보를 내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노 원내대표는 안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증여세는 지엽적인 것으로 큰 집(한나라당)에서 배려할 문제다. 작은 집(희망연대)에서 바짓가랑이를 잡을 게 아니다”며 양당 간 갈등의 골이 얕지 않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