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엑스포 유공자 대통령표창 상을 받은 심가희 금림예술단장은 "이제 한국 고유의 것을 바탕으로 한 문화상품개발을 국가차원에서 적극 장려할 때"라고 말했다. [사진=홍정수 기자] |
지난 주말 그랜드 콘티네탈 호텔에서 만난 심가희 금림예술단 단장은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의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90년도에 예술단을 창단해 LA 박람회(1991), 하노바 엑스포(2000) 일본 아이치 엑스포 (2005)등 숱한 국제 행사에서 한국공연을 전세계에 알려온 심 단장은 지난달 21일, 지식 경제부에서 선정한 상하이 엑스포 상설공연 및 특별공연 부문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번 엑스포에서 예술총감독으로 활약한 심 단장은 “처음에 외국에 갔을 때 한국을 모르더라도 공연을 하면 호응이 좋더라. 공연은 좋아하는데 한국을 모른다는 게 이해가 안갔다.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결심, 아파트를 팔아 언니와 둘이 무용단을 창단했다”며 “힘들 때마다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건지 의심도 들었지만 이번 수상으로 지난 세월의 노고를 인정받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특히 심 단장은 이번 수상이 자신의 ‘분신’이자 든든한 지원자인 쌍둥이 언니 심가영 씨와 단원들의 협조로 함께 일궈낸 것이라 더 의미가 커다고 말했다. 심 단장보다 5분 일찍 태어나 늘 심 단장과 함께해 온 가영 씨는 현재 금림예술단에서 감독직을 맡고 있다.
심단장은 “이번 상하이 엑스포은 한·중우호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한국의 예술인과 한국문화를 다양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심 단장은 “일각에서 ‘한류 부활 ’이라고까지 언급했듯, 중국에서 한국의 스타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예상 인원 1만5000명을 훌쩍 뛰어넘어 4만 명이 운집, 안전상의 문제로 군인들이 출동해 몸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든 후에야 공연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심단장은 “공연 중 모든 사람이 박수를 치며 대~한민국을 함께 외치던 광경은 잊을 수 없다”며 당시의 감동에 젖은 듯 잠시 먹먹해 하기도 했다.
이어 심단장은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은 ‘드럼 앤 댄스 페스티벌’을 설명했다. 심 씨는 “같은 동양문화권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차별화를 꾀하는 게 중요했다. 중국은 많은 인원으로 승부하기 때문에 숫자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국은 사운드는 앞설지언정 디테일 면에서는 우리가 앞선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북 공연엔 절로 리듬을 타게 만드는 춤이 있다. 리듬도 다양하고, 의상도 화려하다. 전통 춤사위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한국이 앞선다고 자신해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공연했다”고 밝혔다.
상하이 엑스포 공연이 늘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슈퍼주니어· 보아·강타· F(x)등 한류스타들을 직접 섭외해 공연장으로 이끈 심 단장은 상상 외로 안티팬이 많고, 혐(嫌)한류기운이 느껴져 힘들었다고 했다. 한국관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탓에 ‘공연 도중 사고로 사망자가 생겼는데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항의전화도 빗발쳤다. 이에 대해 심 단장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부상자는 더러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심 단장은 전통음악과 전통무용을 하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심 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신체적으로도 많이 성장했고 기량도 부쩍 늘었지만 ‘우리 것’을 잘 안하려고 한다. 혼자 하는 것보다 단체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졸업자수에 비해 취업 문이 좁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정부가 이 점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심 단장은 이어 “우리 공연만을 보기 위해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우리 것을 기반에 둔 작품을 만들어 ‘상품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애국심 하나로 이 일을 이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국가를 위해서 하고 싶다는 심 단장. “요즘 친구들은 나이가 어린데도 현명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공부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어 기특하다”며 이런 후배들이 마음 놓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마련될 것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