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 이야기

2011-06-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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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철도의 나라, 궤도위에서 만난 중국.
 4장-6 들판을 호령하는 이념구호 ‘과학적 발전관’
 
 철도에 관한 이야기 끝에 중국의 고속철 역사에 또 하나의 기적이 이뤄졌다. 건설이 마무리되가는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노선에서 지난 2010년 12월 3일 신형 열차를 시험 운행한 결과(정식 개통은 2011년 6월 30일) 최고 속도가 시속 486.1km에 달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종전 고속철의 최고기록 (390㎞)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이고 세계 기록까지 경신한 것이다.
 
 기차가 동쪽으로 갈수록 황토 구릉 대신 물 논이 많아지고 들녘에는 검회색 벽돌로 지은 가옥들이 농촌마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었다.
 
 꾀 깊숙한 농촌마을인데도 이곳에도 여지없이 ‘과학적 발전관’ 이라는 현 정권 의 정치이념을 담은 입간판 선전구호가 논 한가운데 나부끼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안개비가 내리는지 눅눅한 기운이 느껴진다. 농가 굴뚝에서는 저녁밥을 짖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립문 앞에서 아이와 강아지가 기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이런 풍경들이 모두 어둠속에 묻혀 버릴 것이었다. 그것은 또하루의 일상이 막을 내리고 덜컹거리는 기차안에 평화와 휴식이 찾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승객들도 이 시간이면 짐속에서 먹을 것을 꺼내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삼삼오오 식당칸을 찾아 저녁식사를 해결하느라 분주해진다. 기차 식당칸의 식단은 대개 출발지 특성이 강한 요리들로 짜여져 있다. 청두에서 출발한 우리 기차의 식당칸 요리는 주로 양배추 소고기 볶음이나 고추 부추 볶음, 감자와 돼지고기 볶음, 매운 두부 등이었는데 하나같이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웠다.
 
 상당수 중국 요리는 야채든 육류든 간에 모두 식용류를 듬뿍 붓고 간장으로 간을 맞춰 볶아낸 이들 음식들이다. 우리의 밥과 김치처럼 이들 요리를 속 없는 맨 밀가루빵 만터우(饅頭)나 쌀밥과 함께 먹으면 음식 궁합에 손색이 없다.
 
 중국 음식은 대부분 기름끼가 많고, 느끼한 편이지만 야채에 약간의 육류를 넣어 식용류외 돼지고기 기름에 볶아낸 음식들은 의외로 담백해서 금방 소화가 된다. 더욱이 기차 식당칸에서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 부드러운 기관차의 진동이 소화를 돕기 때문인지 숟가락을 놓으면 바로 배가 고플 정도다.
 
 난창역에 도착한 뒤 시내 한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난창시 공무원들과 만났는데 위(余)씨 성을 가진 시 서기가 소개하는 난창시는 익히 알고 있던 바와는 달리 전혀 낙후된 도시가 아니었다.
 
 그는 난창의 도시발전 비전에 대해 다른 지방 관료들과 사뭇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같았다.
 
 “우리 난창은 가치 중심적 성장을 지향하지요. 과도한 특혜없이 법적 기반위에서 경제발전을 적극 지지합니다. 투자의 제일 조건은 환경보호입니다.” 위서기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은 아무리 투자액이 크고 우량한 기업이라도 환영하지 않는다는게 난창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차로 이곳에 오면서 얼핏 봤던 ‘금산인산 녹수청산(일종이 녹색성장 구호)’이라는 내용의 선전판이 설치된 배경이 이해 될 법도 했다.
 
 
 대부분 지방 도시들은 기업유치를 위해 특혜부터 나열하기 마련인데 난창의 위 서기는 처음부터 아주 달랐다. 그는 한마디로 “특혜는 없다. 모든건 법대로다.”고 강조했다. 위서기는 여러분야에서 난창은 앞으로 기업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바다 에서 내륙으로 멀리떨어진데다 이렇게 외진 도시가 도대체 어떤 투자 매릿이 있는지, 진정 무엇이 기회인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위 서기는 난창이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역사 인문 도시이며 혁명과 물과 영웅의 도시라고 자랑했다. “난창 인근의 노산이라는 곳은 이국적 풍경으로 유럽을 연상케 합니다. 시내의 텅왕거(藤王閣)는 중국 4대 누각으로 난창을 대표하는 역사 유적이지요.” 위서기는 또한 장시에는 징강산이라는 혁명의 근거지가 있어 자긍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방 관료들이 자기 고장 자랑을 늘어놓을 때 감초처럼 등장하는 철도 교통 인프라에 대한 얘기도 역시 빠지지 않았다.
 
 “베이징과 홍콩 구룡반도를 잇는 징쥬(京九) 철도가 성(省)의 수도중에서는 유일하게 난창을 지난답니다. 베이징 까지 빠른 기차인 터콰이(特快)로는 20여시간 걸리지만 직통 열차 쯔콰이(直快)를 타면 11시간에 도착하지요.” 중국 내륙을 한 바퀴도는 이번 기차여행의 끝인 베이징 행은 꼭 쯔콰이를 이용할 작정이었으나 역시 기차표 구하기가 쉽지않아 원래대로 23시간이 걸리는 느린 기차를 타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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