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입장에서 고객별 총 이용한도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에게 ‘얼마’의 한도를 부여하는 지에 따라 매출을 늘리고 연체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한도를 0(제로)으로 둔다는 것은 결국 카드 사용에 있어 부적격자로 판단, 카드 발급을 거절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실제 카드사 신용판매(할부포함, 이하 신판) 고객들의 총 이용한도가 높을수록 이용금액이 높을까.
카드사들은 고객이 이용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을 만큼 한도를 높게 책정해 매출을 늘리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균적으로 카드사별 신판 고객의 총 이용한도와 이용금액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카드의 총 이용한도가 높다고 해서 이용금액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송연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원은 지난 9월말 현재 KCB에 등록돼 있는 총 11개(전업계 5개사와 은행계 6개사) 카드사의 신판이용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카드의 총 이용한도가 카드사 선택 및 이용액의 기준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신판의 경우 고객들이 카드사를 선택하는 기준이나 카드를 이용하는 금액은 총 이용한도가 아닌 다른 요소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카드사 브랜드의 인지도 및 포인트나 할인 등 부가서비스와 영업정책 등이 그 요소들이다.
둘째, 현재 카드사들의 총 이용한도가 충분히 높은 영역에 있어서다. 총 이용한도 대비 신판 이용금액의 비율, 즉 신판 한도 소진율이 가장 높은 카드사도 20%를 넘지 않으며 업계 전체의 평균은 약 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현재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이용금액의 10배에 해당하는 총 이용한도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신판 이용을 유인하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
송 연구원은 "현재처럼 충분히 많은 구매 한도가 주어진 상황에서 신판만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신의 카드 한도에 관심이 없다"며 "총 이용한도보다는 다른 마케팅 요소가 신판 이용금액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카드사 입장에서 고객의 신판이용 금액을 늘리려면 총 이용한도보다는 부가서비스나 브랜드 파워 측면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고객들은 카드 이용금액이 많다고 해서 총 이용한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각 카드사들은 총 이용한도를 정하는 기준으로 개인 신상 및 직장정보, 가처분소득 수준, 신용도 등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3개 이상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은 카드사 별로 신용정보가 공유돼 총 이용한도가 정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용금액이 많다고 해 총 이용한도가 마구 늘어나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