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2012년부터 실시될 재외국민선거에서 우편투표를 도입, 공관 투표와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향후 입법논의가 주목된다.
최근 모의 재외국민선거에서 드러난 저조한 투표율을 높여 재외국민선거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우편투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게 외교부의 논리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1일 "최근 모의선거에서 드러난 투표율이 너무 저조해 이대로는 제도의 의미를 살리기 어렵다고 본다"며 "일부 부작용도 예상되지만 우편투표를 도입하는게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앞으로 입법논의 과정에서 이런 입장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우편투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투표율이다. 정부가 지난 14∼15일 전 세계 26개 재외공관에서 치른 모의 재외국민선거에서 투표율이 38.2% 수준이었다.
재외국민은 상대적으로 국내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관련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은데다 투표장소인 재외공관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특히 이번 모의선거에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의 투표율이 16∼29%로 평균을 밑도는 등 유권자가 많지만 재외공관이 적은 지역의 경우 투표율이 훨씬 낮게 나타났다.
외교 소식통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재외국민선거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유권자들의 참여도가 낮으면 취지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낮은 투표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재외국민선거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관건으로 부상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현재의 공관투표로는 재외국민이 많은 공관의 경우 투표자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는데다 공관이 상주하지 않거나 거리가 먼 지역에서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이 사실상 제한되는 결과에 이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외교부는 우편투표가 인터넷투표와 더불어 선거에 편리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대안으로 보고 이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충분히 보장하는데다 선거비용이나 인력문제, 협소한 투표장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우편투표는 제도상의 편리함 때문에 미국, 일본 등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과 스위스 등 11개국은 우편투표만 허용하고 있다는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편투표는 선거제도의 생명인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족 등 타인이 유권자를 대신하는 대리투표의 위험성이 공관에서 직접 투표하는 경우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런 점이다.
문가들은 유권자가 선거인명부를 등록할 때 우편투표의 암호를 사전에 지정하는 등 대리투표의 가능성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우편투표는 투표용지가 공관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고 국내법이 미치지 못하는 외국에서 기부행위 등 불법선거 운동을 감시하기가 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찬반양론 속에서 우편투표 도입을 놓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재외선거 투표소를 한국 공관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작업이 필요한데 국회의원들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 우편투표를 찬성하는 경우에도 전 재외공관에서 모두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에 한해서 부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다양하다.
이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외교부와 달리 우편투표는 공정성 논란 때문에 2012년 19대 총선을 치른 뒤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단일안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우편투표는 국내에서도 시행되지 못해왔고 기술적인 논란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상태로는 재외국민선거 제도가 운용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