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향후 은행관련주의 전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은행주에 대해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한 은행주가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보고, 내년 은행주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중립적인 의견을 내놨다.
18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90회 하나금융그룹 드림소사이어티' 강연회 인사말에서 "직원들이 합숙하면서 현재 외환은행 실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외환은행 인수는 앞으로 일주일 내로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김 회장이 "오는 26일까지 상황을 보며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중 양자택일할 것"이라는 발언과 달리 사실상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외환은행 인수건을 두고 그동안 저평가됐던 하나금융의 주가가 재평가되는 기회라며 반기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렇게 되면 하나금융의 증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금융 중심의 하나금융과 외환 및 무역금융을 포함한 기업금융의 경쟁력을 보유한 외환은행이 합병하면 이익 기반이 넓어진다"며 "하나금융은 자금조달 부담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하고, 합병후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1분기 은행권 실적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어, 은행관련 주의 주가 행보는 안갯속이다.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를 제외한 은행주는 아직까지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서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될 경우 자산이 커지면서 은행권의 빅쓰리 체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하나은행은 수익성이 좋아지겠지만 나머지 은행들의 경우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원은 "은행업종이 성장하려면 자산이 성장해 이익을 추진하거나 마진을 개선해야 하는데, 두 가지 다 어려워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마진을 개선하려면 CD금리가 올라가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어려운데다, 경영상으로는 올해부터 안 좋아질 수 있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은행의 조달 구조가 예금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은 정기예금 평균 조달금리의 시장금리 연동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올해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대손비용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고, 금리상승효과에 다른 순이자마진(NIM)의 반등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NIM 정체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지분 매각 차익, 대형 M&A 등과 같은 펀더멘털 개선이 주가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기업은행의 CEO선임 등 금융산업 구도 개편과정에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 여부가 은행 업종 주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하학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과 함께 코스피의 재평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은행업종의 연간 주가 상승여력은 15%에 불과하다"며 "연말, 연초 선제적 저점 매수 전략은 유효하지만 은행업종 주가강세 이후에는 추격매수보다 고점매도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