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진료를 하다보면 정말 드라마 같은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얼마전 ‘습관성 유산’으로 인해 진료를 본 A씨의 경우도 그렇다. 이제 삼십대 중반에 접어든 A씨는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본지 벌써 3년째이다. 3년 동안 임신 확인을 받은 것만 5번......그 중 4번은 임신 3개월이 채 되기 전 자연유산이 되었고, 이번이 5번째이다. 유산이라는 아픔을 4번이나 겪었기 때문에 이제 산모 뿐 아니라 담당의인 본인 역시 무사히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유산은 태아가 생존이 가능한 시기 이전에 임신이 종결되는 것인데, 의학적 시술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산되는 자연유산이 3회 이상 나타난 경우는 ‘습관성 유산’이라 한다. 자연유산의 80% 이상은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하는데, 그 중 50%가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다. 그외 당뇨병, 갑상선 기능 이상, 과량의 카페인, 음주, 흡연, 선천성 자궁 기형, 자궁경부 무력증 등으로 인해서도 발생한다. 하지만 유산 경험이 있는 상당수의 산모에게서 정확한 유산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자연유산율은 20.3%로 임산부 5명 중 한명이 유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30대 임산부의 자연유산율이 2007년 36.4%에서 2009년 37.2%로 증가했다. 유산율의 증가는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라 할 수 있다.
유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상시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건강한 엄마가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임신을 하고 나서 사소한 움직임과 먹거리 하나에도 신경 쓰는 것은 물론이고, 임신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엄마가 될 것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평상시 건강 관리에도 신경 쓰도록 해야 한다.
- 수원 강남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성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