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대중이 문화예술 현장을 주도한다

2010-10-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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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예술의 전당 사무처장]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에서 즐겨 쓰는 단어가 생겨났다. 몇 가지가 합쳐지거나 복합현상이 일어나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는 뜻을 가진 퓨전, 하이브리드라는 말이다. 이러한 말들이 우리의 입에 자주 회자된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이 과거의 단순한 패턴을 벗어나 복잡해진다는 뜻도 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인들의 생활이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해야만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쇼핑, 식음료, 오락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기능을 가진 콤플렉스가 우리 생활주변에 속속 설립되고 있기도 하다.
백화점, 극장, 식당, 교육센터의 결합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고, 이제는 예술계에서도 그러한 사례는 흔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예술의 전당’인데, 개관당시 거의 전무하였던 식음료를 공급하는 시설이 지금은 각 공간에 10개 가까이 입점해 다양한 먹거리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예술교육프로그램과 더불어 예술용품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은 낮 시간대 유동인구 유입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을 찾은 방문객 대상으로 식당 쇼핑센터와 같은 부대시설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식음료시설을 이용한 응답자가 64.8%로 가장 많았으며, 아트샵, 음반점, 사진관 등 쇼핑시설을 이용한 응답자가 22.4%로 다음을 차지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90.4%가 공연장 내 식음료 시설과 쇼핑시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답변하였다.

게다가 76%가량의 응답자는 아직도 ‘예술의 전당’ 내 식음료 시설이 충분치 않다고 답변한다. 이는 과거와 달라진 현대인들의 예술소비 형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예술과 식음료의 결합과 같은 복합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반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예술이 산업화 되고 시장을 형성하였고, 문화예술상품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대중을 대상을 한 마케팅도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게다가 이러한 시류를 타고 대중은 새로운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이자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공급자로 변화되어 문화예술시장의 판도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발전하였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예술현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각, 청각에 대한 욕구충족을 통한 삶의 고찰에 대한 기대감에 때문이었다. 이제는 더 나아가 후각, 미각, 촉각이 더해져 오감 충족에 대한 욕구가 더해졌다.

우리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즉 예술현장에서 인간이 가진 오감 모두를 충족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변화는 예술시장 종사자에게는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오감이 만족스럽게 충족되었을 때 인간은 예술작품이나 예술향유 장소에 대해 매우 유쾌한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즉 작품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게 되어 오감을 뛰어 넘은 육감까지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오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예술프로그램을 유치ㆍ공급하고 양질의 식음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을 마련한다면 어느 정도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진정한 만족을 느끼려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표면적인 만족 외에도 사람의 감정과 연결된 육감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노력과 과정이 필요하다. 고객서비스를 실천하는 시스템에 기대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서비스현장에 접목시키는 것을 뛰어 넘어 고객의 눈으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아웃스탠더’로서의 자세가 절실하다. 고객의 경험을 분석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고객이 요구하기 전에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예술현장은 단순히 예술상품만을 유통시키는 협의의 장소는 아니다. 보고 듣고 떠들고 먹고 즐거워하고 때로는 슬퍼하는 카타르시스를 실현시키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제 문화예술현장은 대중이 주도하고 변화시키는 장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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