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통일세 논의 시급한가

2011-01-3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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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 논의를 제안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이 대통령은 당시 "통일은 반드시 온다.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면서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 주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통일세 신설 제안에 정치권과 여론은 둘로 나뉘어 팽팽한 찬반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의 말대로 통일은 언젠가 올 것이고, 독일 통일과정에서 보듯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리 대비하는 차원의 통일세 제안은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남측 금강산 관광객 피살에 이어 천안함 사태까지 현 정부들어 잇따라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온 통일세 제안은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등의 부처는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통일관련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통일부는 통일 논의를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대규모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용역에는 40억원에 달하는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대통령의 통일세 제안 직후부터 엄종식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통일재원논의추진단’까지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외교통상부 역시 최근 신각수 외교장관 직무대행 주재로 외교자문단 교수들과 함께 ‘통일·외교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갖고 통일세 연구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외교 당국이 통일관련 연구와 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대비를 하는 것 자체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셋째 아들인 김정은에게 정권을 넘기기 위해 관련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는 북한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대비 작업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김정일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삼기 위해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하고, 44년만에 노동당 대표자회의까지 열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이로써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3대째 권력을 세습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분명히 알렸다.

김 위원장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부각이 당장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향후 후계구도가 완성될 경우 남북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예상키 어려워진다.

해외 유학파이고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인 김정은이 2인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개혁·개방 등 실용노선을 통해 남북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반면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구도 속에서 지도층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측이 앞으로도 폐쇄적인 노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통일비용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0.9%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경제적인 부담을 하더라도 통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은 24%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국민들에게 통일은 언젠가는 해야하지만 내 돈을 들여서까지 통일을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통일 재원 마련보다는 국민들에게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통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돼야 하는 이유이다.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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