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슈퍼엔고'에 일본 수출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일부 내수소비주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런던 외환시장에 따르면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86.03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에는 한때 달러당 84.70엔을 기록해 1995년 7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로 오르기도 했다.
엔화 폭등은 달러 약세 지속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일본 엔화로 돈이 몰리게 된 것 때문이다. 또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상승도 한 몫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양적완화 정책 지속을 발표 역시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본 증시로선 엔고가 결코 반갑지 않다. 한동안 반등을 이끌었던 수출주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절하되어야 할 환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무라(野村)증권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오를 경우 일본의 자동차 주요 7개사의 이익은 700억엔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도요타, 소니 등 대부분 수출 기업들이 올해 영업계획에서 책정한 환율 예상치는 달러당 87~90엔 정도다. 이미 적정선은 무너졌다.
이로 인한 기업의 실적 악화는 당장 주가 하락은 물론 고용 불안을 야기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쉽게 개입할 수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리 하드먼 뱅크오브도쿄-미쓰비시 UFJ 통화 전략가는 환시장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개입이 아마도 무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노 미츠시게 이치요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수석 펀드 매니저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일본이 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분명히 이롭지 않다면서 그러나 "엔고가 심화되고 니케이가 9000을 밑돌아 8500으로 치달을 경우 미국이 태도를 바꿔 개입을 용인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니케이는 지난 13일 9253.46으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대표적 수출주의 주가도 하락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시바, 닌텐도는 이달에만 주가가 6% 이상 하락했다. 소니도 3.55% 이상 떨어졌다.
반면 엔고현상에 따른 일본관광객 증가로 국내 내수소비주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화의 원화 대비 강세로 일본 관광객의 국내유입이 촉진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엔고 강세 지속 동력과 국내 민간소비 확대가 맞물리면서 하반기에 특히 백화점 업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주는 이미 엔화강세로 ‘짭잘’한 재미를 봤던 것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됐다.
채희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수요가 얼마나 빠지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오히려 현대차가 미국에서 선전한 것처럼,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해외시장에서 국산차 선호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금융권에서는 세계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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