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지구 중 이달 민간택지 공급이 시작되는 서울 서초지구(왼쪽)와 서울 강남지구(오른쪽) 조감도. 각자 붉은색 원안이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택지고 강남지구의 파란색 원안은 전용 85㎡ 초과 연립주택 용지.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이달부터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민간택지가 첫 선을 보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택건설 업체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수요층을 찾기 어려운 중대형 주택 용지인데다 가격·용적률 ·규모 면에서 같은 지구 내의 공공분양주택에 비해 너무 불리해 분양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12일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이달 중 입찰공고를 실시할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내 민간택지는 서울 강남지구 3개 블록과 서울 서초지구 1개 블록이다.
◆ 택지규모도 적고, 중대형 주택용지만 민간에 배정
이번에 공급할 택지는 모두 전용면적 기준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주택만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이중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택지는 강남·서초지구 각 1개씩이며 나머지는 연립주택용이다.
면적은 서울 강남지구 택지가 12만4215㎡, 서초지구가 3만9720㎡로 각각 1226가구, 550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최고 입지의 택지이지만 입찰 참가 대상인 건설사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규모도 생각보다 작은데다 과연 공공 주택과의 경쟁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가구수 기준으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약 30%를 민간 건설사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서울 강남권 지구의 민간택지 비율은 전체의 16~18%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약 5분의 1 가량은 아파트가 아닌 연립주택(전용 85㎡ 초과)을 위한 용지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다. 같은 지구 내라도 공공택지는 조성원가로 공급되지만 민간 택지는 감정평가 금액으로 입찰에 부쳐져 민간택지가 훨씬 비싸다.
주택 가격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민간 주택의 분양가는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사전예약으로 공급된 서울 강남지구와 서초지구의 공공분양주택 중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3.3㎡당 1150만원이었다.
하지만 같은 강남·서초지구에서 공급되는 민간주택 분양가는 이보다 최소 30~40% 정도 높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될 수 있는 이유는 택지가 조성원가로 공급되기 때문“이라며 ”민간 건설사에게는 택지를 비싸게 팔면서 공공주택과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강남권에 새로 공급되는 민간 주택에 대한 수요층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다면 지난해 사전예약으로 공급된 공공분양주택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용적률 낮은 민간주택용지가 땅값은 더 비싸다
고도제한이 있는 서울 강남지구의 공공택지는 용적률이 169%이지만 민간택지는 최고 160%에 불과하다. 서울 서초지구도 공공택지 용적률은 210~218%에 달하나 민간택지는 195%에 그친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서 건축물의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용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용적률이 높으면 그만큼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돼 일반적으로 용적률이 높은 토지가 용적률이 낮은 토지에 비해 가격이 비싸게 책정된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는 용적률이 높은 공공택지가격이 용적률이 더 낮은 민간택지보다 훨씬 싸게 공급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는 규모가 작아 공급되는 민간택지도 면적이 작다"며 "실제로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경기 고양 원흥지구와 경기 하남 미사지구의 민간택지 비율은 20% 중반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간택지의 용적률이 공공택지보다 낮은 이유는 인근에 문화재 등이 있어 낮게 책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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