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 중단땐 연 500억 손실

2010-08-1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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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한국 무역제재 어떤 게 있나 정부, TF 구성 협의… 中企 2000여곳 타격 불가피 원유 수입량 9.5% 차지… 수입선 교체도 쉽지 않아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이란 부통령까지 나서 한국 정부의 대 이란 독자 제재 움직임에 강력한 보복성 경고를 내놓으면서 경제부처와 외교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오는 10월 미국의 패키지 제재안이 나와 봐야 독자제재 방침의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이전에라도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측의 대 이란 제재 동참 요청 이후 재정부 국제금융국을 중심으로 관련부처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긴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정부, TF 구성 예의 주시

정부는 우선 지난 달 1일부터 발효된 UN(국제연합)의 통합 이란 제재법에 규정된 대 이란 정유생산시설투자 및 플랜트ㆍ설비 지원 금지 등은 이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이란의 멜라트 은행 국내지점 문제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며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 이란 독자 제재안 구성 여부는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본질"이라며 "우리 정부의 입장이 굉장히 어렵다"고 곤혹스러움을 토로했다.

이란은 세계 원유생산량의 2위를 점유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큰 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이란으로부터 연 47억 달러의 원유를 수입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량 전체 원유량의 9.5%에 해당한다. 수입액으로는 4위를 기록했다.

지난 해 우리의 대 이란 상품수출은 40억 달러(자동차ㆍ가전제품ㆍ중소기업상품 등 포함)로 전체의 1%를 기록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무려 2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이란에 상품을 수출했다.

◆중기 수출 56% 피해 현실화    

당장 중소기업 수출에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제재법’ 발효 이후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중소기업 10개사 중 6개사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3개사는 거래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중소기업 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대(對)이란 수출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 조사결과 72개 수출중소기업의 56%가 미국의 이란제재법 발효 후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향후 피해발생이 예상된다(34.7%)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대다수 중소기업이 심각한 피해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이란 측이 보복을 하더라도 원유수입 금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캐시 카우(현금) 역할을 중단할 경우 자국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기 때문.

지난 정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10일 한 라디오에 나와 "UN 결의 이상을 넘어서 독자적으로 제재를 할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든 보복조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송 의원은 "(원유공급중단)그렇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40% 밖에 정제 석유를 충족 못하기 때문에 원유 공급 중단까지 가겠느냐"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란산 수입 못하면 연 500억 손실
 
우리나라의 석유 비축 능력은 1억 4600만 배럴로 158일을 쓸 수 있는 물량이다. 미국(142일치), 일본(151일치), 프랑스(97일치) 등 주요 선진국을 능가한다. 그러나 이란 석유는 저렴한 편으로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1~6월) 총 36개국으로부터 1조 4288만 배럴을 수입해 왔다. 이란 원유 수입가격(운반비, 보험료 제외)은 배럴당 평균 69.2달러인 반면 다른 곳은 74.1달러 수준이다. 상반기 이란으로부터 수입한 원유가 466만 배럴로, 다른 곳의 원유보다 2283만 4000달러를 절약했다.

앞으로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면 최소 5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국제 시장에서는 석유 수입선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유회사 한 관계자는 “전 세계 정유사들은 이란 제재안에 속이 탄다”면서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긴장국면이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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