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퇴출 바람이 거센 가운데 애꿎은 투자자의 손실액도 3000억원 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리매매 기간 손실액을 추정해 아무리 낮게 잡아도 15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추측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외부감시인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퇴출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상장법인은 모두 28개사로 조사됐다.
이중 23개사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이다. 퇴츨 사유발생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감사의견 '거절'인 경우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28개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에 묶여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3128억원으로 추정됐다. 2009년 9월 분기보고서 기준 소액주주들의 비중을 토대로 거래정지 직전일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출된 수치다.
정리매매 기간 자금 회수율을 감안해도 이들 28개 기업이 모두 퇴출되면 최소 1564억원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정리매매 기간 자금 회수율은 통상 50%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악의 경우 정리매매에도 실패하면 소액주주 1인당 최대 253만원 손실이 예상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감사보고서 미제출 기업만도 17개사에 달해 퇴출 기업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퇴출 대상 상장사 대부분은 올 초 테마주 열풍에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몰렸던 종목들로 실제 피해액은 추정치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최근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명단에 오른 코스닥 시총 28위 기업인 네오세미테크가 상장폐지될 경우 1인당 최대 피해액은 22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오세미테크는 2009년12월31일 기준 실질주주 수는 7255명으로 거래정지 전인 지난 24일 기준 종가는 8500원이다.
증권투자는 '자기 책임의 원칙'에 기반한다. 그러나 '회계장부'와 잦은 '정정공시'가 되풀이 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정기 실적 공시 내용을 정정한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247개사 가운데 손손실 규모가 1억원 이상 확대된 곳은 71개사로 전체의 28.74%에 달했다.
자체 집계에서 흑자였던 실적이 적자로 바뀐 기업도 3곳이나 됐다. 또, 잠정 실적과 감사 이후 실적 간에 극심한 차이가 나면서 자본잠식이 발생한 기업만도 5개사에 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발표하는 최초 공시(잠정 공시)에 외부감사 결과에 따라 수정될 수 있음을 공지하고 있어 회사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며 "투자자들은 잠정치를 그대로 신뢰하기 보단 공시 이력과 과거 실적 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회계분석 전문가가 아닌 이상 공시 및 과거 실적을 바탕으로 실적을 추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오세미테크의 경우 시총 4000억원이 넘는 데다 지난해까지 부채가 거의 없었던 우량기업이었다"며 "투자자에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보다는 시장에 대한 자체 감독을 강화하고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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