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쏟아지는 악재에 與 '골치'

2010-03-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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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안상수 등 잇단 실언에 속앓이
봉은사 외압설 확인땐 후폭풍 거셀 듯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일이 불거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선거나 제대로 치르겠나.”

청와대 민정라인 한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6ㆍ2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둔 상황에서 잇따라 터지는 악재에 여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걸 방증해주는 대목이다.

여권을 짓누르고 있는 악재는 대부분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더 큰 고민이 있다.

세종시 수정안 처리라는 큰 난제를 비롯,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사법개혁안을 놓고 벌이는 법원과의 갈등으로 여권은 당혹해 하고 있다. 여기에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큰집' 발언부터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발언으로까지 이어진 여권 핵심인사들의 잇따른 설화로 여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세종시 문제는 지난 23일 정부가 수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정부 손을 떠나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됐다. 여권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친이계는 중진협의체가 절충안 도출에 실패한다면 4월 중 의원총회를 소집, 당론을 바꾸고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반면 친박계는 당론을 변경치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적전분열은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세종시 문제를 선거 이후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는 자연스럽게 지방선거 이후로 연착륙할 것 같다”며 “야권과 싸우기도 급한데 여권 분열상까지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음달 9일 나올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공판 결과도 상황에 따라 폭발적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한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는다면 '표적수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권심판론'이 맹위를 떨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원내 당직자는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는다면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중량감을 갖춘 새로운 후보자를 전략 공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또 있다. 여권 핵심인사들의 잇따른 말 실수는 여권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의 '큰집 조인트'발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김연아 동영상 관련 네티즌 고소 건,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현모양처'발언에 안 원내대표의 '좌파교육 아동성 폭력 유발' 발언과 '봉은사 좌파주지' 발언은 여권 스스로 자충수를 둔 대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국민을 보지 않고 권력자만 바라보는 오만함이 발현된 것”이라며 “본래 집권세력은 국민통합 노력과 함께 야당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순화시켜야 하는데, 현 여권은 되레 갈등을 더 부추기며 편을 가른다”고 비판했다.

특히 안 원내대표의 발언은 여권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안 원내대표의 평가는 '일 잘한다'였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가시밭길을 걸을 수도 있다”며 “종교계의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방송장악 음모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종교계와 척을 진다면 더욱 향후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게 여권 지도부의 판단이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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