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예금취급기관들의 순대외채무(대외채무-대외채권)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의 외화 유동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서 통화당국이 한미 통화스와프 등 임시조치를 모두 회수한 데 따른 일종의 '풍선효과'다.
문제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외채무가 단기채 중심이라 환율이 상승하거나 남유럽 위기 등 대외 돌발 변수가 발생할 경우 원화환산 가치 하락으로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24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과 외은지점 등 예금취급기관의 순대외채무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1038억24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867억2000만 달러에 비해 19.72% 급증했다.
예금취급기관들의 순대외채무는 지난해 1분기 말 845억100만 달러로 줄었다가 2분기 924억6000만 달러, 3분기 말 982억1300만 달러로 가파른 증가세를 잇고 있다.
금융기관의 외화 차입규모가 늘고 있는 것은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 통화당국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단계적으로 회수하는 등 긴급조치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외화 조달 창구가 막혀 대외채권을 발행해 외화 조달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금융위기가 안정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기관의 대외차입 여건은 개선됐지만 금융기관의 외화 수요는 여전하다는 의미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들의 순대외채무가 늘었다는 것은 조달 여건은 좋아졌지만 양적인 면에서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아직까지 국내 금융 기관들의 외화유동성 부분이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의 단기채무 증가가 이를 증명한다.
예금취급기관의 순대외채무 중 단기채무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714억1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0억4600만 달러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3분기의 1063억7500만 달러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장기채무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324억1400만 달러로 전기 대비 3100만 달러 감소했다.
단기채무는 계약만기 기준으로 1년 이하의 채무이며, 장기는 1년을 초과하는 채무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들은 단기 운용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채권을 발행한다.
문제는 금융기관들의 대외 차입이 증가된 상황서 원화대비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거나 남유럽 신용경색 등의 대외 변수가 발생할 경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채권을 만기 상환하거나 롤오버 할 때 환율이 발행 시점의 환율보다 높으면 그만큼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회사가 1억 달러 규모의 1년 만기의 대외 채권를 원·달러 환율 1000원에 발행했는데, 만기 시점 환율이 발행시점보다 100원 비싸질 경우 상환해야 될 원금이 1000만 달러 늘어난다.
금융기관들은 3~5년 정도의 장기채권의 경우 스와프를 통해 환헤지에 나서지만 일반적으로 1년 이하의 단기채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융권의 대외차입이 늘어난 것은 대외차입 여건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며 "만기 1년의 대외 채권은 환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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