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리즈 29] 이건희의 인재경영

2010-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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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

이건희 전 삼성 전 회장의 인재 철학을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20년 전부터 '골드칼라'가 주도하는 시대를 예상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블루칼라'가 산업의 주역이었고 이후 사무직인 '화이트칼라'의 비중이 커졌다면, 앞으로는 빌 게이츠·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골드칼라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인식을 토대로 삼성은 인재 채용에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 최초로 긴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것도 삼성이다. 아울러 이들이 골드칼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의 급여체제는 이같은 이 전 회장의 천재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삼성 대졸신입사원의 연봉은 성과급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에 비해 오히려 적은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급여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재계의 별'이라 불리는 삼성 임원의 연봉은 2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등을 더하면 실질 급여는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고급 승용차가 지원된다. 전무부터는 개인 기사와 비서도 지원한다. 부사장급은 1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2008년 삼성전자 사내이사 연봉은 4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는 2008년부다 200억원 많은 550억원으로 늘었다. 대중에 회자됐던 주요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 규모를 감안하면 우수인재에 대한 삼성의 보상은 파격적이다.

성과에 따른 승진, 승진에 부합하는 보상을 제시함으로써 조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하는 것이다. 특히 삼성은 조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인력개발원의 인터넷을 통한 교육프로그램은 1000여 개에 달한다.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지역전문가 제도는 주니어 직원들이 해외 견문을 넓히는 장이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총 3000명의 인력이 혜택을 받았다.

맞춤형 인재 발굴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트랙'이라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성균관대를 비롯한 등 전국 14개 대학과 협력해 디지털 분야 진출에 필요한 기술과 교과과정을 선정, 이를 이수한 학생들 가운데 일부를 선발한다. 삼성전자와 성균관대의 산학협동으로 탄생한 반도체학과 졸업생 전원은 삼성전자에 합격했다. 석사과정인 휴대폰학과도 2년 연속 전원이 합격했다.

이같은 삼성의 우수 인재 확보 노력과 양성은 '삼성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들 삼성맨들을 확보하기 위한 헤드헌팅 회사들과 국내외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만 봐도 삼성 인재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현직에서 활동하는 삼성 출신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한국경제를 이끄는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물산 출신인 황영기 차바이오앤디오스텍 회장은 제1금융권 계열사를 거느리지 않은 삼성 출신임에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과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아이리버 신화를 창조한 양덕준 민트패스 사장, 김범수 NHN 전 대표 도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SDS 출신이다. 웅진코웨이의 비약적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도 삼성전자에서 잔뼈가 굵었다.

외국계 기업에서도 삼성 출신 인사들의 활동은 활발하다. 올림푸스한국 방일석 대표는 삼성에서 나와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해 10년동안 회사를 이끌고 있다. 15년 동안 한국HP를 이끈 최준근 전 대표 역시 삼성 공채 출신이다. 이밖에도 수백명 이상의 삼성맨들은 전자분야는 물론 금융·벤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러한 삼성의 인재제일 철학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삼성 '순혈주의'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인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삼성의 인재경영의 큰 변화였다. 미국·영국·인도·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IT 선진국에 설립된 삼성전자 연구소는 기술 연구 외에도 우수 연구개발 인재 스카우트가 중요 업무다.

이 전 회장의 S급 인재 선발은 3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960년대 말 중앙일보 이사였던 이 전 회장은 '삼고초려'를 통해 일본 전자산업의 핵심인재인 미쓰우라 히데오를 고문으로 영입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책임연구원이었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도 1992년 삼성으로 적을 옮긴 이후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이끌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HP와 IBM을 거쳐 삼성에 몸담으며 삼성 반도체의 성공을 견인했다.

공채 출신 인재들도 영입파와 함께 삼성 신화를 이끌었다. 위기 속에서 삼성이 월드 베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진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채 출신의 가장 대표적인 인재다. '미스터 애니콜'로 알려진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각각 삼성전자의 완성제품과 부품 분야에서 최고의 실적을 이끌어 왔다.

삼성전자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지성 사장은 지난 금융위기와 반도체·LCD의 부진 속에서 완성제품의 성공을 주도했다. 지난해 LED TV 성공신화를 쓴 윤부근 사장도 삼성 공채 출신이다.

이처럼 외부 영입 인사와 삼성 공채 인사들의 경쟁과 조화는 더욱 강한 삼성을 창조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 특히 윤 전 부회장과 황 전 사장은 정부의 R&D의 투자방향과 사업 구조조정 등 대부분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국가 CTO'(Chief Technical Officer)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재론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이  전회장의 인재철학 가운데 'T자형 인재론'이 있다. 이는 한가지 분야에만 정통한 'I'자형 인재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폭 넓은 지식과 입체적인 사고, 전체를 통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

때문에 이 전 회장은 '7시 출근, 4시 퇴근'이 핵심인 7·4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는 '러시아워'로 인해 출퇴근의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이와 함께 조직원들이 4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계발에 나섬으로써 삼성 전체에 T자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전 회장 역시 T자형 인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전 회장은 자동차를 스스로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애견·승마·골프·영와·화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에 버금가는 지식과 실력을 갖고 있다. 

여기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곧바로 경영에 도입되기도 한다. 이 전 회장의 창조 경영의 원천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는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여러 분야에 해박한 인재가 될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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