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선행지표인 해운 시황이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어 낙관론을 경계하는 의견도 많다. 국내 조선사들의 설비과잉도 조선 시황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바닥 쳤다"
낙관론의 근거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연이은 수주다.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 1월에 총 16척을 수주, 전체 발주량의 61%를 독식했다. 같은 기간 경쟁국인 중국의 수주량은 6척으로 전체의 약 11% 수준에 그쳤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들어 이미 12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따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대우조선은 올해 수주 목표를 100억 달러로 설정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9일 올해 첫 수주 소식을 전했다. 유럽 선사 4곳으로부터 유조선 9척, 동남아시아에서 해양설비 1기 등을 모두 7억500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액 14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상선 수주가 없었던 현대중공업도 그리스선주와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한진중공업과 성동조선 역시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행진 대열에 동참했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발주 상담이 전무했었는데, 올해 들어 의미있는 발주 상담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단 바닥은 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조선가 하락세가 진정되고 일부 선종을 중심으로 선가가 상승한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제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136포인트로 8주 연속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개별 선가는 최근 3주 동안 5개 선형에서 상승 반전했다.
◆"섣부른 낙관은 금물"
신중론의 전제는 선행 지표인 해운경기가 아직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운 경기가 살아나야 해운사들이 발주에 나서기 때문이다
해운시황을 잘 보여주는 컨테이너선 용선료 수준은 금융비용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바닥이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HR(Howe Robinson) 용선지수는 최근 역대 최저점인 329.6을 딛고 반등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최고점 대비 7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 선복량 과잉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아 해운업의 본격적인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행진 역시 시황이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있다. A증권 조선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주는 선수금 확보를 통한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신조선가 이하의 수주"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설비과잉도 문제다. 지난 1999년 393만DWT(재화중량t수)에 불과하던 한국의 건조능력은 지난해 기준 3995만DWT로 10배 증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업계가 직면할 문제는 설비 과잉"이라며 "시황이 개선되더라도 확장한 설비에 물량을 채울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병용ㆍ이정화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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