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경제·사회적 주체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녹색성장의 적절한 추진 속도에 대한 논란부터 온실가스 감축 관리주체와 관리체계, 민간지원 확대 여부 등 다양한 이슈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녹색 기반의 삶이란 결국 지난 50년간의 에너지 다소비 중심의 발전전략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향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녹색성장 추진 속도와 강도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지난 2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공청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규제 추진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산업발전단계를 감안해서 감축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진 지속가능경영원장도 "경쟁 국가와의 불공정 경쟁이 있으면 안 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2%여야 하는지 4~5%여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결국 전세계적으로 녹색성장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홍식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더욱 적극적인 관점을 보이며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아직 재산권이 설정되지 않은 대기에 관란 권리를 나누는 것"이라며 "이것을 선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홍식 교수는 "오히려 WTO체제 하에서 녹색성장 규제법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에 대해 국제 제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관리 주체의 문제
한국환경정책학회 등 5개 환경 관련 단체는 지난 2일 의견서를 내어 "온실가스 배출 감축문제는 에너지 문제가 아닌 환경규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또 "온실가스 감축의 책임을 피규제 대상인 산업의 진흥을 담당하는 기관이 담당한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기 어려우며 국가 위상도 손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환경부가 온실가스 주무부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공청회에서는 온실가스 주무부처 선정과 관련해 산업계는 지식경제부에, 학계 등은 환경부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였다.
김정인 교수는 "그동안 규제를 해온 부처인지 산업 지원을 해온 부처인지 생각해보면 쉽게 결론이 난다"며 "본연의 부처 기능에 맞는 업무를 맡는 게 필요하다"며 환경부를 지지했다.
조홍식 교수는 "자동차에는 엔진(지원)과 브레이크(규제)가 각각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이것을 하나로 뭉치면 나가지도, 멈추지도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반면 박태진 원장은 "온실가스 배출양의 85%가 에너지 연소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에너지와 온실가스 정책을 따로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경부를 지지했다.
이에 관련해 우기종 단장은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과정으로 봐 달라"며 "앞으로 완전한 모양새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민간투자 유인책
장도익 한국투자신탁 자원에너지 금융부장은 "시행령에는 규제와 관리 사항이 많지만 민간자본이 자발적인 투자에 나서도록 유인하는 부분이 빈약하다"며 "연기금투자 유도, 정부의 손실 부담 및 상품구매 보장 등 경제 논리가 확대돼야 정책이 원할히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인 교수도 "초기에는 정부가 시장이 확산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지원제도가 많이 빠졌다"며 "정부지원과 금융의 역할을 좀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 법제연구원 글로벌녹색성장센터장은 "외국은 탄소세, 환경세 등을 부담하고 있어 재원확보 후에 지원을 하고 있다"며 "조세 부담없이 지원을 바라는 것은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 보고서 작성
황인학 본부장은 "정부가 기업들에게 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 관련 자료를 많이 요구하면서도 영업상 비밀로 간주할 수 없도록 했다"며 "보고 절차를 간소화해 검증기관에서 자료를 검증하고 최종 통계량만 센터에 보내도록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박태진 원장도 "공정별로 상세내역을 보고하게 되면 기업 비밀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전체 내용만 보고하도록 바꿨으면 한다"며 "감축 목표를 초과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기종 단장은 "정보라는 것은 검증할 만한 충분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또 건물 교통 부문의 정보는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어야 한다"며 "다만 영업상 비밀은 그 가치가 지켜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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