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기술, 해외 유출 ‘비상신호’

2010-02-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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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반도체 기술 6년간 95건 유출
- 국가핵심기술만 52건

메모리 반도체 기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의 주요 기술이 장기간 동안 해외 업체에 의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중의 부장판사)는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작기술과 영업비밀을 빼내 하이닉스에 넘긴 혐의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의 부사장 곽모(47)씨를 비롯해 AM사와 삼성전자, 하이닉스 임직원 19명을 입건해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M은 2005년 3월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6년 동안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제작공정 등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95건을 빼돌렸다.
 
특히 유출기술 중에는 △D램 68, 56, 46 나노 제품 및 △낸드 플래시 63, 51, 45, 41, 39 나노 공정순서 △사용 설비 △사용된 물질 정보 등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 사안이 52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술 가운데 13건은 하이닉스에 유출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 측은 삼성전자 기술 유출 및 도입을 부정하고 있다. 구속사유인 구리 공정 유출과 관련해 삼성전자 기술 유출 이전에 이미 개발과 양산을 마쳤으며 자사와 삼성전자의 사용물질과 특성, 장비 구성 등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하이닉스의 기술유출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하이닉스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기술이 해외로 넘어갔는지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산업인 반도체 핵심기술이 해외 경쟁사에 넘어가게 되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측도 “AM사가 수집한 정보 가운데 우리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 수집 경위와 외부 유출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AM사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다. 세계 대다수 반도체 기업들이 AM사의 장비를 이용한다. 고객 기업 확보를 위해 AM이 국내 업체의 기술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장비업체들이 반도체 생산 업체의 공정기술과 전략, 투자규모와 시기 등을 유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이렇게 유출된 기술이 경쟁사에 무단으로 넘어가는 것은 국내 반도체 경쟁력에 자칫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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