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 발전소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지난 1971년 고리 원자력 1호기 공사를 시작한 이래 38년 만에 원자력발전 건설 수출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이번 수주는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 사례가 됨은 물론 향후 예정된 요르단, 터키, 우크라이나 원전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과 막판까지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이번 원전 수준전에 한국컨소시엄이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있어 상대적으로 짧은 공사기간, 30여년간 무사고로 원전을 운영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3·4호기 현장이 지난번 UAE 실사단으로부터 후한점수를 받은데 이어 실제 건설 모델로 선정됨으로써 이번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고리 3·4호기는 140만KW급 신형 경수로 원자로로서 국내 원전기술의 시공자립을 상징하는 공사이다. 3세대 원전 기술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어 이번 수주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원전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400기 이상 금액으로는 최소 700조원 이상 규모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 협약과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다시 원전의 매력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결 볼 대목이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총 26조원을 투입해 13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700조원에 달하는 시장 중 10%만 확보해도 조선·자동차·반도체에 이은 주력 수출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 지난 30여년 간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을 쌓으면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축적해놓은 상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 아레바는 1kW당 생산비가 3000~5000달러인데 우리는 2000달러 선이다.
수출 효과도 크다. 원자로 2기 수출은 직접 수출 효과가 5조원에 달하고 고용 창출 효과도 한 해 5만5000명 수준이다. 쏘나타 16만대 수출 또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20척 수출과 같은 효과를 낸다.
원전은 고장에 대비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2기 단위로 발주된다. 원자로 시스템 수출은 기술력과 함께 외교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건설뿐 아니라 유지관리, 금융지원까지 포함하는 대형 사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한국 원전 기술이 국제 원자력계에서 공인을 받음은 물론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할 수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