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 브리핑) 정치와 정부 시스템의 미래

2009-12-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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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들이 전망하는 미래 정치의 모습은 단일한 세계정부다. 유럽공동체(EU)처럼 블록화된 지역 정치경제 공동체들이 연방을 이루고 그 위에 집단지도체제 형태인 해드쿼터가 존재하는 정부 형태다. 일종의 세계 거대 제국의 탄생을 예상한다.

세계정부 치하 국민들의 피부 밑에는 바이오칩이 심겨져서 데이터가 관리되고 때론 통제된다. 자원의 생산과 분배, 유통은 거대 컴퓨터에 의해 일사불란(一絲不亂), 일사천리(一瀉千里)다.

사이버 아크로폴리스에서는 거의 매일 전자투표가 행해지고 결과는 순식간에 집계된다. 나라마다 역사와 전통이 담겼다는 성문법, 관습법은 폐기되고 그때 그때 필요한 의사결정이 전자적으로 처리된다. 메모리 박테리아 휴대기기와 100배 빠른 유비쿼터스 통신 세상엔 부재자도 없다. 한 평생 피부 밑에 심겨진 생체칩은 안전하게 신분을 확인한다. 전자 직접 민주주의로 정치적 갈등이 일거에 해결되는 세상이다.

나아가 세계는 민족과 국가, 인종,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시비나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극단적으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커뮤니케이션 이슈만이 아니라 식량, 주택, 이동, 에너지, 빈부 관련 이슈를 거의 다 해결한다. 세계정부의 초거대 예산 집행은 달이나 화성에 공장과 신도시를 건설하는 우주 문명 시대를 연다. 미국 네바다 사막 어느 지점에서는 우주 정거장까지 엘리베이터가 건설되어 행성간 물류센터가 생긴다.

초소형 초고속 초거대 용량의 디지털 장비는 지구촌 구석구석은 물론 바다 밑 심연, 심지어 맨틀 층 아래 외핵과 내핵의 움직임까지 실시간 감시하고 태양계를 가시권에 불러 들인다. 데이터들이 양자(量子) 단위로 저장되어 지구와 우주 각지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장면이 TV로 생중계 된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의 집중과 효율적 배분, 활용에 관한 효과적 의사결정은 단일 세계 정부 시스템 아니면 불가능하다. 세계 단일 정부론은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따위의 하찮은 논란을 넘어 선다.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생존에 도움이 되므로 그렇게 될 것이다”라는 순리론(順理論)에 가깝다.

실제로 세계 단일정부의 집행부는 국제연합(UN), 재무부서는 세계은행(IBRD), 국방부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과학기술부서는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입자물리 연구소(CERN) 등이 맡으면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세계 정부의 지방자치단체는 유럽연합, 동남아시아연합, 북미연합, 남미연합, 아프리카중동연합 등이 될 것이다.

인간도 이기적 생존 본능과 종족 번식 본능을 갖춘 동물인지라 남 일에 시비 걸고 다른 종족들에게 으르렁 댈 권리를 타고 났을 것이다. 인류사 전체를 걸쳐서 인간들은 ‘나는 나, 너는 너’ 경계를 긋고 ‘나 살고 너 죽자’고 아등바등 싸워왔다. 다른 편과 죽기 살기 싸우다 승리하면 논공행상(論功行賞)을 다투며 더 큰 싸움을 벌였다. 배 부르면 배 부르다 싸우고 배 고프면 배 고프다 아귀다툼했다. 관념(觀念)이건 실재(實在)건 그나마 신’(神)에 대한 두려움이라도 있어 진정제 역할을 했음직하다.

세계 단일 정부 전망이 30~50년 후엔 현실이 될 지, 되려 정반대로 마을 단위 자치 부족 시스템 같은 것이 생겨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마음 속을 파고드는 위기의식과 불안이 집단 간, 세력 간 갈등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념 지상주의와 지역 이기주의, 기득권 유지와 출세 지상주의, 남 탓 제일주의 등에 집착한 국내외 못난이들의 생 쇼를 보며 우울하게 사느니 차라리 생체 칩을 심고 세계 단일 정부의 시민이 되고 싶다. 이기적 생존다툼으로 편 갈라 싸우며 미래를 주춤거리게 만드는 로컬 엘리트들의 행태에 머리가 지끈 거린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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