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변해야 산다 中) 80년대식 노·사 대립의식 버려라

2009-09-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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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의식 변했는데 민노총은 여전히 80년대 사고에 머물러

   
 지난 3월 민노총을 탈퇴한 영진약품의 노조가 노사화합 전진대회를 겸한 체육대회에 참여한 모습
 
 
지난 6월 12일 경기도 비봉면 인공습지공원에서는 영진약품 노사화합 전진대회를 겸한 체육행사가 열렸다.  노조가 지난 3월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한 이후 노사 간 신뢰가 쌓이면서 단합대회까지 이어진 것.

노사 양측의 활발한 대화를 통해 인력 구조조정도 하지 않기로 했다. 홍승고 영진약품 노조위원장은 “과거 민노총 산하 당시에는 각종 행사에 동원된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탈퇴 이후에는 그런 부분이 없어졌고 노조역시 회사 일에만 신경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 노조 조합원들은 최근 회사 근처 약국을 방문해 자사제품을 홍보하는 판촉행사를 열기도 했다.
 
과거 골리앗 투쟁으로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통하던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발전용 엔진 수주를 위해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민노총을 탈퇴한 이들 노조 관계자들은 민노총이 우선 80년대식 노․사대립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모은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지난 20년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조합원들의 생각도 변했는데 민노총은 여전히 1987년식 민주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조합원들의 정서와 생각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에 있었던 KT노조의 민노총 탈퇴다.

KT 노조는 지난 7월 1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9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KT노조의 민노총 탈퇴가 의미심장한 것은 이제껏 민노총을 탈퇴한 노조들의 경우 대부분 집행부가 탈퇴를 주도했다면 KT노조의 경우 현장 노조원들의 요구에 따라 탈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KT 노조 관계자는 “지금껏 민노총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모아져왔다”며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조합원들의 여론을 무시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말 까지 각 사업장에서 이루진 노사 협력선언은 모두 283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50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는 꾸준히 변하고 있는데 민노총 지도부는 여전히 80년대식 대립적인 노․사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노사 협력선언을 놓고 일선 노조와 갈등을 벌이다 민노총을 탈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민노총은 경기도 산하 9개 공공기관 노조가 ‘경기도 노․사․정 대타협 선언’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자 ‘각종 노사화합 선언에 참가하지 말 것’을 알리는 지침을 내리고 ‘대타협 참여 불가’ 공문까지 보내는 등 노․사․정 대타협 선언을 집요하게 말리며 갈등을 빚었다.

결국 경기도 산하 9개 공공기관 노조는 민노총을 탈퇴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노동계 인사들은 민노총이 과거의 이념과 노선에서 벗어나야 일선 조합원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연수 서울메트로노조 위원장은 “노동이 자본과의 대립적인 구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시장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민노총 집행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임성규 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총파업을 포기를 밝히며 “노동현장이 이성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과연 민노총이 안팎에서 들리는 변화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에  민노총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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