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vs. 한국은행 '한은법 개정안' 두고 또다시 충돌

2009-09-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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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우선 순위를 따져볼 때 지금 한은법 개정을 논의하기 보다는 경제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이 중요하다.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MOU를 통해 한은이 금융기관 조사에 나설 수 있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개편된 MOU가 많은 도움을 주겠지만, 한은법 개정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년여동안 논의해 온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부분은 처리해야 한다."(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 책무를 추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안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또다시 충돌했다. 

◆ 재정부 "반대" vs. 한국은행 "찬성" 반복

기획재정부는 17일 한국은행에 금융기관 단독조사권과 검사권을 주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은 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국회에 공식적으로 제출했다.

재정부는 "위기를 인지하고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한은법 개편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국민경제자문회의 한은법TF의 기본입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15일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이 체결한‘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를 통해 각 기관간의 정보 교류와 정책공조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국제적인 금융시스템 논의가 정돈되고 금융위기를 극복한 이후 충분한 연구검토와 관계기관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내년에 한은법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성태 한은 총재는 "1년여동안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됐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정보공유 MOU가 체결된 것만으로는 상황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보의 얻기가 어렵다"며 "한국은행이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법 개정안 TF 의견에 대해서도 "한은이 TF에 의견을 많이 전달했지만, 한은과 TF의 입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재정위는 이날 지난 4월 국회 경제재정소위를 통과해 전체회의에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을 다시 소위로 회부해 다시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경제재정소위 위원 대다수는 한은법 개정안 회기내 처리와 한은 설립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찬성하고 있다. 다만 한은의 단독 조사권은 제한적으로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 한은법이 뭐길래

양측이 서로 시기를 두고 공박하고 있지만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10년 전부터 내재된 것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은은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을 보장받지만 그 역할이 '물가안정'으로 축소됐다.

기왕의 금융기관 검사권과 감독권과 같은 금융시장 안정 기능을 잃게 된 것이다.

한은은 이 때부터 금융시장이 불안할 경우 유동성을 지원하는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하면서도 평상시에는 금융회사의 위기 감시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금융감독원과 자료공유협정을 맺고 공동검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이 때문에 한은은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정안에는 또 한국은행이 관할하는 금융기관의 범위도 기존의 은행과 농·수협 신용부문에서 증권·보험사나 상호저축은행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이루자면 한은이 모든 금융기관을 종합적으로 조사·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목표를 복수로 책정하게 되면 정책에 혼선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유동성 확대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물가 안정과 배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한은이 내년부터 3년간 물가안정 목표를 최대 4%로 설정할 경우, 물가를 어느정도 희생하면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거시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재정부와 마찰을 빚을 경우, 발권력을 쥐고 있는 한은을 제어하기도 쉽지 않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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