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MB팔아 재선 성공…박형준, MB 판 탓에 낙선
취임 이후 줄곧 여의도 정치와 거리두기를 해오던 이명박(MB) 대통령이 최근 인사를 통해 정무라인을 새롭게 정비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소통하는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과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는 각각 청와대와 정부를 대표해 입법부와 정책조율 및 소통의 활성화를 주도해나가게 된다.
이 대통령과 정치권과의 대화 물꼬를 틀 이들은 ‘환상의 커플’을 자처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너무도 다른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1960년 생 동갑내기, 2004년 17대 국회의원 당선(영남)으로 정계입문, 17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 박 수석과 주 내정자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MB맨이다. 박 수석은 지난 대선 당시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화려한 언변과 논리로 주목 받았고, 주 내정자는 후보 비서실 부실장으로 24시간 이 대통령을 수행 보좌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이들이 신 실세그룹으로 급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간 공천 경쟁으로 얼룩진 지난해 총선에서 텃밭 영남권에서 한명은 살고 한명은 죽었다.
주 내정자는 대구 수성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반면 박 수석은 부산 수영에서 박사모 등의 ‘낙선운동’ 역풍을 맞고 친박성향 유재중 무소속 후보에게 13%포인트 차로 대패했다. 이후 주 내정자는 18대 국회에서 여당 원내수석부대표, 예결산특위 당 간사를 맡으며 착실히 정치적 지평을 넓혀나갔다.
반면, 박 수석은 이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같은해 6월 수석급인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컴백했지만 당시 이동관 대변인(현 홍보수석)에 밀려, ‘홍보 2인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주 내정자가 ‘MB’를 팔아 금배지를 달았다면 박 수석은 ‘MB’를 판 탓에 여의도에서 삼청동으로 장가가 ‘처가살이’를 한 셈이다.
‘승리와 패배’ ‘성공과 좌절’이 교차했던 이들은 이제 당청정 소통 강화를 위해 한배를 탔다. 박 수석은 여의도 정치권에 모처럼 복귀해 국회 의사당 곳곳을 누비고 있다. 청와대 수석으로는 유례없이 일일이 기자실에 들러 명함을 돌리는가 하면 국회내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원들을 만나 ‘직접 연락달라’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주 내정자도 “대통령이 지정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게 특임장관이자만 한나라당이 지정하는 사무도 열심히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특임장관의 임무 구분이 아직 명확치 않아 이 대통령의 ‘복심’을 둘러싸고 서로 과한 충성경쟁을 벌이지 않을까란 우려도 새어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무라인이 강화된 것은 환영할 일이나 두 사람의 소통이 부족하면 정책혼선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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