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이미 폐지했던 제도를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불과 1년 6개월만에 부활시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국제기준과 경쟁력 강화 등을 앞세우며 논란이 큰 법인세율 인하는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점과 비교했을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조세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상실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27일 정부의 '2009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금융기관 채권이자 원천징수 제도가 내년부터 도입된다.
이 제도는 금융기관이 법인의 채권을 인수하면서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법인이 대신 당해에 일부를 내고(원천징수), 나머지는 금융기관이 다음해에 납부하는 것이다.
즉 이 제도 도입 여부의 차이는 금융기관이 다음연도에 세금을 전부 내느냐, 아니면 당해와 다음연도에 법인과 금융기관이 나눠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금융기관의 세금부담액은 그대로이다.
다만 법인은 금융기관이 내야할 세금의 일부를 관할 세무서에 대신 납부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스스로 이 제도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1년 6개월 전에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을 통해 폐지시킨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 제도의 폐지 이유에 대해 국제기준 부합과 납세절차 간소화 기여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이 제도를 되살리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과 일반법인의 원천징수와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라며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이 제도 도입을 통해 정부가 얻는 세수입은 매우 크다.
금융기관 채권이자 원천징수제도의 부활로 내년에 들어오는 세수입은 5조2000억원으로, 내년 전체 증세액 7조7000억원의 67.5%에 해당한다.
정부가 세수입을 위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제도를 부활시킨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국제 기준과 추세라는 논리를 앞세우며 논란에 쌓여있는 법인세율 인하와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의 조세 특례 제도 폐지를 밀어붙인 점과도 대비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금융기관 원천징수 폐지를) 1년 정도 시행하고 과거로 되돌아가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에 따라 증가되는 세수 중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하는 비중이 약 80~90%가 된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5조2000억원은 새롭게 세원이 발굴되는 게 아니라 단지 1년 앞당겨 세금을 내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기업 실질 부담 증가액은 3조2000원이 돼 전체 세수 증가에서 고소득층이 부담하는 것은 30% 수준에 그친다"고 반박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