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를 선진화할 것으로 기대했던 자본시장법이 시행 반년을 맞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어서다.
임태희(사진) 의원은 26일 아주경제 주최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시행과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과거 경제성장 과정에선 정부가 민간부문에 디딤돌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걸림돌"이라며 "민간부문이 경쟁력을 끊임없이 높여 온 반면 정부는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반년이 지났지만 선진국형 금융투자회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며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업계 안팎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법 시행 성과가 기대를 밑도는 것은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이 지연된 탓이란 지적이다.
임 의원은 "자본시장을 선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정부가 금융투자업계 영업환경 개선에 혁신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 키코 사태가 재발되는 것도 막아야 하겠지만 경쟁력 있는 첨단 금융상품 역시 지속적으로 출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과 투자자가 정부 금융정책에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본시장 인프라를 이루는 관련세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 개정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 의원은 "민간은행이 자체적으로 배드뱅크를 세워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며 "차제에 미국 벌처펀드처럼 민간자본이 주도하는 부실채권 투자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자본이 주도하는 투자기구는 기업재무안정펀드나 기업재무안정투자회사 같은 형태로 가칭을 생각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을 보완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실무적 검토를 주문해 놓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를 이유로 자본시장을 규제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자본시장법 시행이 금융위기를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경제는 다른 국가보다 견조하게 바닥을 치고 올라왔고 주가와 환율도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엔 정치권에서 임 의원과 함께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석했다. 정부와 유관기관에선 각각 홍영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과 최홍식 한국거래소 이사가 자리했다. 박병주 금융투자협회 상무는 업계를 대표해 나왔다. 증권사에서도 법무팀ㆍ상품개발팀ㆍ영업팀을 중심으로 관련 실무자가 대거 참여해 정치권과 정부, 유관기관에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김용훈ㆍ김선국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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