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책임 경영(CSR)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기업 구축에 발벗고 나서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와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 주요 그룹들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형태의 사회적 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노동부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개최로 열리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사회적기업 구성' 심포지엄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SK그룹은 '사회적 기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연내 세부 실행 방안을 마련해 점진적으로 시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11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그룹 내에 비영리 법인 형태로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SK는 우선 대중의 참여 확대를 위해 'SK 사회적 기업 웹사이트'를 개설해 '집단 지성'을 활용한 사회적 기업 관련 아이디어 발굴과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 캠페인, 일반인의 '재능 기부', 네티즌들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한 SK는 사회적 기업이 기존의 영세성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구축하려면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경영 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자체 보유한 경영 노하우 등 전문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지원 육성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육성책의 주요 골자는 SK가 사회적 기업을 그룹 내에 설립하게 되면 SK에너지와 SK텔레콤 등 13개 주요 관계사별로 사업 아이템을 발굴, 선정한 뒤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을 만든다.
이같은 시스템에서 얻는 모든 수익은 재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사회 공공의 목적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하지 않을 경우엔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운영해 온 '사회적 기업 컨설팅 봉사단'을 조만간 그룹 차원의 조직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안에 그룹 내에 사회적 기업 육성·지원을 위한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는 관계사 협의체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24일 '사회적기업 지원현황과 향후 종합지원계획'을 밝힌 현대기아차그룹도 오는 2012년까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1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또한 현대기아차그룹은 사회적기업 및 기업가의 창업과 발전에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담당해 연 20억원 규모의 '사회적기업 육성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그룹 내 계열사와 사회적기업간 결연을 통한 경영 자문, 노하우 전수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기업이 하나의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1사1사회적기업 운동'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부산 지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인 '사단법인 안심생활'의 지점망 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8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원 대상 사회적기업 2곳을 추가로 발굴해 200∼3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고용없는 성장'과 '고령화·빈부격차'와 같은 사회구조 급변으로 사회 공공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라며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다양하고 충분한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주도하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내년까지 포항과 광양, 경인 지역에 1개씩 3개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는 포항에 내년 12월까지 철강 자재로 집을 짓는 건축업체인 스틸하우스를 제작하고 시공회사를 설립키로 했으며 광양제철소 내에 신설공장 외주회사를 내년 11월에 설립할 예정이다.
경기도에는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 건물관리회사를 2010년 3월까지 세운다는 복안이다.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자회사로 '포스위드'를 이미 운영 중인 포스코는 전국 3개의 지역에 사회적기업을 세워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 기업이 이익도 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단순 기부가 아닌 경제적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스틸하우스는 일자리 창출 외에 100% 재활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건축문화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사회적기업은 반자본주의적·반시장적 개념이 아니고 베푸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효율적 수단"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한 실천이 몇 백 억의 이미지 광고보다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도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려면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연계가 필요하며 특히 중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집중 지원과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기업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가한 이진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정부의 지나친 요구는 기업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고 준조세 성격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기업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념의 혼동이고 사회적 기업 육성의 본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해 영업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같지만 이윤을 저소득층 일자리나 복지증진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과 복지단체, 자원봉사단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이날 토론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교수는 "사회적 기업에 전문적인 경영 컨설팅과 회계지도 등을 지원해 자치 경영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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