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는 마켓타이밍을 잡아 집중투자해선 안 된다.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것은 필요하다. 숨가쁘게 달려 온 글로벌 증시는 이달 들어 상승 속도가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혹자는 이를 단기 기술적 조정이라고 하고, 다른 자는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경제지표 부재로 인한 의미 있는 조정이라고 한다. 무엇이 더 올바른 판단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작년을 돌아보자.
작년 9월 이후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 따른 급속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고 급기야 직접 국채를 매입하는 등 통화를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10월 이후 중국 본토 증시는 저점 대비 약 74%, 국내 증시는 저점 대비 약 77%의 큰 폭의 상승을 하는 등 글로벌 증시는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시장전문가들은 '대량의 통화 공급 확대→화폐 가치 하락→원자재 등 실물자산 수요 증가→원자재 가격 상승→상품 가격 상승→소비ㆍ생산 감소→경기침체'라는 하나의 시나리오에 주목했다. 즉, 경기회복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인 시나리오 전개를 막기 위해 출구전략의 카드를 언제든지 꺼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정책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결국 최근 글로벌 증시의 조정은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인 지표가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앞서 말한 단기간의 급반등과 이에 따른 출구전략 실행시점 임박에 대한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기술적 조정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의 관점에서 출구전략 실행은 두려움의 대상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시나리오가 정해져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양한 경제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너무나 많은 변수를 고려하다 보면 투자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 하락, 대량의 화폐 공급→화폐 가치 하락→상품 가격 상승'의 단순한 시나리오 하에서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첫째, 저금리에 대한 투자대응 방법으로 고금리 국가와 경제성장에 따른 화폐가치 상승(환차익)이 예상되는 국가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경우 정보접근성을 고려할 때 직접 투자보단 여러 국가로 분산하는 펀드에 간접 투자함으로써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단, 펀드마다 투자지역, 채권종류, 투자대상등급 등이 다양하므로 이에 대한 사전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화폐(미 달러화) 가치 하락과 실물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투자대응 방법이다. 즉,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이머징통화의 상대적인 강세, 인플레이션 헷지를 고려한 투자수익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금, 원유 등 실물투자, 원자재 수출 경쟁력이 높고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이머징국가의 증권(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중 금, 원유 등 실물자산 관련 투자상품은 주식, 파생상품, 상품지수 등 다양하고, 이머징 국가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주식, 채권관련 상품 또한 펀드 등 투자지역이 다양하므로 투자상품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글로벌 경기가 제 궤도를 찾는다면 출구전략의 실행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은 실물경기 회복에 대해 모든 시장전문가가 확신에 찬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다. 아직 출구전략 실행 시나리오의 초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시나리오가 있는데 지나친 기우로 인한 투자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기회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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