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행정개편, 미디어법 이어 '정치공방' 뇌관
전문가 "선거제 아니라 오히려 공천제도 손봐야"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선거제도·행정개편안이 애매모호 하다는 지적이 불거지는 가운데 정치권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개혁카드가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구체적 로드맵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여당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선거제나 지방행정체제는 개편해야 한다”고만 했다. 하지만 그 구체적 방향과 논의는 정치권에 공을 떠넘기면서 혼란만 더욱 가중시킨 상태다.
실제로 민주당은 선거제도·행정개편안이 ‘지역주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진정성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가두홍보전까지 펼치는 중인 미디어법이 새로운 이슈에 묻힐 수 있는 데다 국회등원 압력도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17일 “설거지를 하지 않고 밥을 할 수 없다”며 “미디어법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놓고 출발하는 것이 선거제도·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당기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선거제도·행정구역 개편문제는 국민의 정부 때부터 계속 제기한 문제”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비록 개편안은 동의하지만 ‘저작권’을 부각해 향후 논의를 유리하게 풀어가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앞서 청와대는 선거제 개편과 관련 권역별 비례대표, 석패율, 중·대선거구제 등 여러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선거구제는 수년 동안 논란이 된 만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데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영남권 의원들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행정구역 개편도 지방선거 등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상태인 데다 여론수렴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광역자치단체 전환은 도시 하나하나마다 홍보-여론수렴-주민투표-관련법 통과-통합시 논의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론수렴이나 투표, 관련법 통과 같은 과정은 성패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이후에도 자치권 부여문제 등 여러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내세운 ‘2014년 5월까지 행정개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단 선거제도·행정개편은 한국정치의 숙원인 만큼 논의 진행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정부의 자세한 방침이 나오지 않았지만 선거구제의 경우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의 틀에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큰 틀의 정치선진화를 위해선 정작 선거구제가 아닌 공천권제도를 손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행정개편안에 대해서도 “큰 틀로는 광역자치단체 전환으로 가되 시간을 두고 전문가·시민들과 더불어 다각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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